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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250

마른 눈물/詩 籠巖 최낙인 마른 눈물/詩 籠巖 최낙인 딸 아이 뒷모습에 울컥 마른 눈물이 난다 눈물은 차라리 뜨거운 가슴인가 가슴에 묻어둔 사랑은 아직도 꽃망울을 피우는데 떠나간 빈 자리엔 어느새 스산한 바람이 일렁인다 흩날리던 머리칼 그 언저리 아린 외로움이 낙엽처럼 구르고 있었다 --최낙인 제2시집 중에서-- 2021. 1. 4.
지 리 산(智異山)/詩 籠巖 최 낙 인 지 리 산(智異山)/詩 籠巖 최 낙 인 타오르는 촛불이 없어서 좋다 민중들의 함성이 없어서 좋다 여기 제야의 종소리마저 멀리한 바람도 쉬어가는 지리산 영마루 시간은 멎었고 공간은 기어든 듯 하늘엔 숨었던 별들만 빤짝이고 눈밭길 나무엔 하얀 눈꽃이 내린다 빤짝이는 별빛 속엔 그 옛날 내 고향의 실개천이 흐르고 눈꽃 내린 나목에선 어머님의 잔잔한 목소리 가슴으로 흐른다 공연한 설렘안고 왜 그토록 애간장 태우며 기다렸을까? 부질없는 서러움 안고 왜 그토록 밀려난 듯 외로워하였을까? 영마루 별빛 속엔 초롱꽃이 피어나고난 그 꽃 바라보며 나를 지워내고 있었다. --최낙인 제2시집 중에서--  Traum Serenade - Edward Simoni 2021. 1. 2.
그 친구/詩 籠巖 최 낙 인 그 친구/詩 籠巖 최 낙 인 자식 성화에 부대끼다 못해 만여 권의 장서 고물상에 보내고 서울로 올라갔지만 이웃으로 버티며 외골수 사색인으로 살아가던 그 친구 6개월 전 직지사 모임 때 심장박동기를 차고는 있었지만 발목펌프 운동으로 권강 좋아졌다며 우정주(友情酒 ) 들이키며 몇 곡조 뽑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금오산 모임 통지를 받고도 온다간다는 말 한마디 들을 수 없었고 몇 차례 휴대폰 전화에도 대꾸 없더니 그 어디에도 그의 흔적 찾을 길 없었다 자기 아들 영어 특별 과외지도하라는 장성 교장에 맞섰다가 직장마저 쫓겨나 오기(傲氣) 공부로 박사 되어 반골 교수 되더니 민주화 교수협회장 추대되어 시위도 주도했다 죽음은 그렇게 허허로운 한 순간이었다 음성도 모습도 우정도 다 지워내는 한 깃점 그 작은 점 하나는 .. 2020. 12. 31.
삿 갓 /詩 籠巖 최 낙 인 삿 갓 /詩 籠巖 최 낙 인 내 어릴 적비 오는 날에는어린이나 어른이나가진 자나 갖지 않은 자나모두가 삿갓 하나씩을 쓰고 다녔다 갈잎으로 엮어낸 비막이 쓰개였지만 인간 존중과 평등 세상을 지향하고픈우리네 조상들의 간절한 소망이 숨어있었다 삿갓 쓴 어린 학동들은아침밥을 굶어도 등굣길은 즐거웠고불어터진 개똥더미에 미끄러지면서도언제나 함박웃음 가득한 학교 길이었다 나막신에 삿갓 쓴 농부들은 이른 새벽 밝은 표정으로 논두렁을 향했고가믐 내내 등붕불 퍼 올리느라 지쳐있어도하늘 우러러 기우제 드리며 풍년을 빌었었다 난 오늘우산을 받쳐들고 민주 광장에 나서보았다밀려오는 차량 대열과 군중들의 함성이 무서워화려한 우산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밀려났다 옛 것이 아름다울 수 있음이었다낭만 등교길 배려와 화합의 그 삿갓은우리.. 2020. 12. 30.
유달산(儒達山)/詩 籠巖 최 낙 인 유달산(儒達山)/詩 籠巖 최 낙 인 선진대교 건너 목포로 가는 길가녀린 봄비는 대지를 축이는데아내는 차장에 꽃그림을 그린다 개나리 꽃길 따라 유달산에 오르니삼학도는 물안개에 솟았다 숨었다천리 길 남도 향긴 빗물 속에 스민다난영(蘭影)의 구성진 노랫소리노적봉 타고 넘어 메아리로 흐르는데유달 영산은 면사포 쓰고 얼굴을 가린다 남농(南農)의 산수화에 취한 아내발길 재촉하며 전망대에 오르니빗길에 미끄러져 샘 많은 지신을 밟았다 사람의 마음이 이토록 용렬한가피멍든 자국에 울화가 터졌지만 촉촉한 눈빛 보니 가슴이 아려온다. --최낙인 제2시집 중에서--  Breeze In My Mind - Eunice Hwang 2020. 12. 29.
길 손/詩 籠巖 최 낙 인 길 손/詩 籠巖 최 낙 인 세월은 거스리지 못하고 세상은 변하기 마련이라하지민 시공이 멎어든 彼岸피안)의 언덕은 있었다 따스한 가을 햇살 내린 덕유산 자락 피라미 노니는 맑은 갈대천이 흐르고 천년학이 춤추는 아름드리 마을 숲이 있었다 정작 내 자란 고향땅엔 멱 감던 시냇물도 재기 차던 타작마당도 흔적 없이 사라져 허허로움에 가슴 아렸는데 그곳에 분명아련히 다가오는 내 고향이 있었다 그들과 나누는 술잔 속에 농익은 우정이 있었고 참기름 산채 비빔밥엔 진한 향수 묻어나고 있었다 오늘밤엔 또 찬란한 별빛까지 볼 수 있으려나 오순도순 펼쳐가는 인정들이 정겹기만 한데 난 고향 찾아온 길손이 되어 사향가(思鄕歌)를 불렀다. --최낙인 제2시집 중에서-- 2020. 1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