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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250

봄 볕/詩 籠巖 최 낙 인 봄 볕/詩 籠巖 최 낙 인 창밖엔 꽃샘인데 봄볕이 거실을 태운다 신뭉능 읽다가 어느 결에 잠이 들었다 노루 구름 타고 날아간 고향 하늘 길 어머님과 같이 소풀 텃밭에 재를 뿌렸다 쪽잠 한숨에 다녀온 나들이 백리 길 아내는 곁에서 봄나물을 다듬고 있었다 --최낙인 제2시집 2021. 3. 15.
저 울 질/詩 籠巖 최 낙 인 저 울 질/詩 籠巖 최 낙 인 나비의 날개짓에 파도가 일렁이더니 이쪽은 불길로 오르고 저쪽은 물길로 내린다 오르고 내림은 위대한 생명의 동력이지만 우리의 염원은 정(靜)인 듯 동(動)인 듯 수평선 이어내는 평정(平靜)과 균제(均齊) 난 푸른 솔 월송정에 올라 동해바다 떠오르는 일출을 바라보며 물결 따라 번져가는 햇살 파문을 바라보았다 꽃불이 오르내리며 등심원을 그려내고 있었다 헌데 뒤돌아 서울 하늘을 바라보니 여의도는 살기 넘치는 악귀의 격전장이고 광화문 네거리는 독설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인데 덩달아 내 짊어진 발채도 비틀거리기만 한다 왜 핥고 할퀴며 비정하게 살아야 하나 그럼 종교는 무엇이며 또 사상은 무엇인가 우린 아늑한 본향을 잃어버린 우주의 미아인가 우린 정영 저울질을 못하는 후천적 장애인인가 --.. 2021. 3. 9.
선 (線) /詩 籠巖 최낙인  선 (線) /詩 籠巖 최낙인 이 세상 들여다보니 산도 강도 우리들 마음조차도 모두가 선과 선으로 이어낸 집합체이다 우람한 금강송이 아름다운 것도 하늘로 치솟은 직선의 몸통이 있고 사방으로 휘두른 곡선의 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이란 선으로 빚어낸 나름의 자화상 어떤 이는 큰 소리로 양심과 정의를 외치고 어떤 이는 속삭이듯 사랑과 배려를 이야기한다 곧은 직선은 날카로우나 흰 곡선은 부드러운데정의를 외치는 자 날카로운 직선의 이성인이고 사랑을 말하는 자 부드러운 곡선의 감성인이ek 허나 상생과 공존으로 이어내는 이 세상은 나름의 취향성은 있지만 결코 절대성은 없음이다 직선도 곡선도 어울림이 있어야 조화미가 생기고 이성도 감성도 마주함이 있어야 완숙미가 생겨난다 --최낙인 제2시집 중에서-- 팦송명곡.. 2021. 2. 22.
가장 불행했던 일/詩 籠巖 최낙인 가장 불행했던 일/詩 籠巖 최낙인 내 젊은 날엔 샛별처럼 빤작이는 이성이 갈대처럼 흔들리는 감성을 어렵잖게 짓누를 수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사유(思惟)의 그 고결한 향기에 취한 나는 내 객체화의 모습을 찾아 동서양을 넘나들었다 햄릿의 정관족 고뇌에는 맑은 영혼을 느꼈고 카르멘의 방탕생활에는 심한 역겨움을 느꼈었다 이런저런 인생 살아보니 빤짝이는 샛별처럼 눈부시던 그 이성은 잔머리 굴려 새어나온 형광(螢光)의 불빛이었고 궤변논리로 위장한 혹세무민(惑世誣民)의 전사였다 흔들리는 갈대처럼 줏대 없던 그 감성은 정작 가슴에서 울아 나온 고고성(呱呱聲)의 외침이었고 풋풋한 사람 냄새 묻어나는 아랫목 정담이었기에 기쁨으로 아픔으로 뭇 영혼을 달래준 천사였다 이제 종심에 이르러 회고해보니 내 인생에서 가장 불행했던 .. 2021. 2. 17.
알라스카/글 籠巖 최낙인 알라스카/글 籠巖 최낙인 질곡 속에 살아온 덧없는 세월 어느새 닥쳐온 늙음에 대한 보상인가? 아들놈의 거듭된 성화에 못 이긴 척 7박8일간의 설원 알라스카 관광 가족동반 함상 여행길에 올랐다 거함은 백파를 가르며 수평선 저 너머 망망대해를 지나기도 하고 용트림 같은 해협을 오르내리기도 하며 몽롱해져가는 내 영혼마저 빼앗고 있었다 시야에 다가온 하늘도 산도 바다도 높고 낮음도 경계도 없는 동심원의 한 축일 뿐 모두가 다 같이 나란히 한 일직선상에 있었다 나는 허상으로 살아온 허물을 벗어나고파 함상 전망대에 올라 일출과 일몰의 장관을 바라보며 투영되는 실상의 내 참 모습을 찾아보려하였다 거대한 자연은 위대한 교훈 나는 경이의 대자연 앞에 한없이 작아진 마음으로 휘고 뒤틀린 내 모습들을 하나하나 떨쳐내며 시원.. 2021. 2. 15.
내 첫 가곡을 들으며/詩 籠巖 최낙인 창밖엔 속삭이는 봄비 발표장엔 뜨거운 정적 난 숨을 죽였습니다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고 사랑스런 가곡들이 떠가고 뮤즈의 화신들이 열기를 토해냅니다 얼어붙은 내 가슴에도 어느새 전율이 흐르더니 희비의 사연들이 박동을 이어냅니다 애조띤 “하늘꽃”이 피어오를 땐 어디에도 내 모습은 찾을 수 없었고 슬픔 영혼들만 가득 넘쳐 흘렀습니다 불현 듯 비탄과 참회의 눈물이 솟았고 그 눈물 위로 고향 하늘이 내려앉더니 어디선가 조용한 천상음이 들려왔습니다 길섶 애잔한 야생화 한 송이 높푸른 하늘로 날아올라 나의 꽃 되었나? 님은 그렇게 고고성 울리며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최낙인 제2시집 중에서-- Approaching Autumn - Deb MacNeil 2021. 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