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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250

알프스의 산촌/詩 籠巖 최낙인 알프스의 산촌/詩 籠巖 최낙인 알프스의 동쪽 끝자락슬로베니아 보드닉 산촌 마을에펄럭이는 하얀 깃발이 손님응 맞는다 싸이프러스 도열한 숲길 따라물안개 산등성으로 피어오르고눈 덮인 설산엔 저녁노을이 내린다 저녁 종소리 은은히 흐르는 마을엔빨간 지붕위로 햐얀 연기 피어오르고맷새들도 짝을 찾아 둥지로 찾아든다 흰머리 아내와 와인 잔 부딪친 테라스진한 포도 향은 묵은 정으로 피어오르고마주한 눈빛 속엔 못다한 아쉬움이 애닯다 알프스 산촌은 오로지 거룩한 자연일 뿐종소린 영혼으로 승화되어 마을을 휘돌고물보란 태고의 신비를 지켜내는 파수꾼인데 무위자연 그대로인 이 신령스런 알프스에과연 난 이대로 머물러 있어도 되는 것인가상큼 알싸한 수풀향이 찌든 가슴을 후려친다 --최낙인 제2시집 중에서-- Cafe Des Artis.. 2021. 1. 31.
롯티 언덕에 올라/詩 籠巖 최낙인 롯티 언덕에 올라/詩 籠巖 최낙인 다향 흐르는 롯티 언덕 찻잔은 미운 비련에 검은 눈물 흘리지만 애틋한 사랑은 차라리 불타는 외침이었다 골든혼의 푸른 섬은 아름다운 수채화 아스라이 보스포러스 해엽에 현수교 떠간다 동서양의 화합과 혼융을 엮어내는 역사의 가교 해안엔 그리스의 흰 백파가 출렁이고 성채엔 로마의 붉은 깃발이 나부끼는데 왕궁엔 오스만의 푸른 영혼이 하늘로 솟는다 난 여기 이스탄불의 한 방랑자 아지야데를 찾아 헤매던 롯티가 되어 진한 커피 향에 취해 석양을 바라보았다 나에게도 그런 애절한 사랑이 있었나? 자만치서 얼굴가린 이슬람 여인이 스친다 스산한 바람 일렁이는 언덕 묘지마다 꽃다발 안은 노을이 사뿐히 내려앉고 있었다. --최낙인 제2시집 중에서-- Traum Serenade - Edward S.. 2021. 1. 30.
상경길 창가에서/詩 籠巖 최낙인 상경길 창가에서/詩 籠巖 최낙인 오락가락 빗줄기 타고 산 따라 물 따라 상경길에 올랐다 차창으로 빗물도 내리고 햇살도 지나간다 파란 하늘엔 금새 먹구름이 몰려오고 푸르른 강물엔 황토물이 굽이쳐 흐른다 나 역시 과수원 지날 땐 사과 향에 취했고 벼랑길 오를 땐 가뿐 숨 몰아쉬었는데 창가에 밀려오는 푸르른 산은 비바람에 찢기고 태양 볕에 목이 타도 아린 가슴 쓸어안고 연신 새 살을 돋아낼 뿐 태고의 초심 그대로 넉넉한 가슴을 펴고 있다 단아한 모습 그대 산이여! 그대는 푸른 생명 이어내는 우리들의 영원한 본향 맑은 젖줄이라오 --최낙인 제2시집 중에서-- Along The Crystal Shore - Marc Enfroy 2021. 1. 29.
눈길 기차 여행/詩 籠巖 최낙인 눈길 기차 여행/詩 籠巖 최낙인 기차는 쉼 없이 앞으로 달리는데 마음은 자꾸만 뒤쪽으로 달려간다 강물 위엔 인고의 세월이 흘러들고 철길 위엔 굴곡진 내 인생이 스러지고 있었다 창밖엔 간간히 눈보라가 휘날리는데 세월도 인생도 한갓 열사의 신기루인양 나는 살며시 떠오르는 듯 내려앉는 듯 멎어든 시공 속에 몽환을 그려내고 있었다 정작 갈 목적지도 없이 튀어 오른 차창엔 눈 덮인 겨울 산야가 향수처럼 다가오는데 나는 얼기설기 흙담을 뛰어넘은 한 탈출자인가 내 작은 공간에 따스한 고독이 흐르고 있었다 그 고독은 튓마루에 내린 햇살 같은 자유였다 그 자유는 내 참 모습을 찾아가는 비움의 길이요 내 둘러친 우리를 벗어나 비싱하는 날개 짓이라 눈길 기차여행은 그렇게도 아름다운 일탈이었다 --최낙인 제2시집 중에서--  2021. 1. 28.
융프라우/詩 籠巖 최낙인 융프라우/詩 籠巖 최낙인 깍아지른 빙벽 신묘한 협곡 영원한 만년설엔 속세가 없다 아름다운 호반 낭만의 산악 열차 고공의 얼음 궁전 아름다움은 대가를 치러야 하나 만끽의 도취 속에 넋을 잃고 날 잊어갔다 융프라우는 아름다운 여인의 산이다 살아남은 남정네는 늙어만 가는데 설산에 잠든 여인은 곱고 젊기만 하다 그리하여 알프스의 만년설엔 살아있음은 웅직이는 죽음일 뿐 정작 잠든 죽음은 영원한 살아있음이다 지금도 설원에서 미소 짖고 있는 만인의 연인 아름다운 융프라우여! --최낙인 제2시집 중에서-- 2021. 1. 27.
여명의 록키산/詩 籠巖 최낙인  여명의 록키산/詩 籠巖 최낙인여명이 내리는 카나나스키스의 록키산은 태고 신비의 베일을 벗는다 정상의 백설은 곱게 빚은 햇살을 토하고 산허리 바위산은 희색 구름 띠 두르고 너울 춤춘다 푸른 잣나무 숲 우거진 산록엔 늦 단풍 고운 빛이 설산으로 오르고 휘돌아 흐르는 강물엔 어여쁜 요정들이 청파로 흐른다 여기 새하얀 눈밭 위에 찍어놓은 내 두 발자국은 때 묻은 오욕의 흔적 차마 고개 들기 부끄러운 외경의 자연 무딘 발자국 지워내고픈 참회의 자연인 백설의 록키산은 끝내 아무 말이 없었지만 작은 가슴 터질 듯 울려주는 거룩한 아우성에 난 설산 깊숙이 숨어들고 싶은 하심이었다 --최낙인 제2시집 중에서-- 2021. 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