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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

가장 불행했던 일/詩 籠巖 최낙인

by joolychoi 2021. 2. 17.



 




 가장 불행했던 일/詩 籠巖 최낙인



내 젊은 날엔

샛별처럼 빤작이는 이성이

갈대처럼 흔들리는 감성을

어렵잖게 짓누를 수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사유(思惟)의 그 고결한 향기에 취한 나는

내 객체화의 모습을 찾아 동서양을 넘나들었다

햄릿의 정관족 고뇌에는 맑은 영혼을 느꼈고

카르멘의 방탕생활에는 심한 역겨움을 느꼈었다

 

이런저런 인생 살아보니

빤짝이는 샛별처럼 눈부시던 그 이성은

잔머리 굴려 새어나온 형광(螢光)의 불빛이었고

궤변논리로 위장한 혹세무민(惑世誣民)의 전사였다

 

흔들리는 갈대처럼 줏대 없던 그 감성은

정작 가슴에서 울아 나온 고고성(呱呱聲)의 외침이었고

풋풋한 사람 냄새 묻어나는 아랫목 정담이었기에

기쁨으로 아픔으로 뭇 영혼을 달래준 천사였다

 

이제 종심에 이르러 회고해보니

내 인생에서 가장 불행했던 일은

그 살가운 사람을 더 일찍감치 깨닫지 못하고

하늘 우러러 별을 따라했던 그 어리석음이었다

 

--최낙인 제2시집

<"하늘 꽃"제2부 從心의 人生>중에서--



You Needed Me - Anne Murraydhl 17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