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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250

운무 낀 천지(天池)/詩 籠巖 최 낙 인 운무 낀 천지(天池)/詩 籠巖 최 낙 인 백두영봉 천지(天池)에 오르니 피어오른 운무에 천지가 아득하다 차라리 앞 뒤 분간하지 못하는 맹인었으면 귀 밝은 청각으로 바람소리 물소리 들을 수도 있으련만 어중간한 지식 어정쩡한 생각 땜에 세상사 헷갈리고 두려움만 더해간다 제대로 된 아비나 선생 노릇 못한 채 잿빛 하늘 이고 살아온 회색 인간이었다 세월은 이미 반백을 타고 넘는데 얼마를 더 올라야 그 파란 천지를 볼 수 있을까 --최낙인 제2시집 중에서-- > 2020. 12. 11.
정(情) / 詩 籠巖 최 낙 인 정(情) / 詩 籠巖 최 낙 인 부르튼 젖은 손에 아린 마음이 스민다 긴 세월 지켜본 반듯한 모습 뇌어보니 차라리 눈물진 고행이었다 시린 가슴은 실개천 휘돌아 강물로 이어졌고 달빛 타고 흘러온 애잔한 꽃물결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손이라도 잡고 덥석 안아주고 싶었지만 행여 정갈한 인생길에 흠결 안겨줄가 봐 그건 해 묵은 장독대에 묻어나는 보람 같은 것 뜨거운 사랑이 아니라 곰삭은 정(情)이었다 오늘도 나는 그 옛날 그 자리에 앉아 몸빼 바지그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최낙인 제2시집 중에서-- 2020. 12. 10.
내 마음의 두 강물/籠巖 최 낙 인 내 마음의 두 강물/籠巖 최 낙 인    질룽노도의 젊은 날그 언제부터임ㄴ가 내 마음에두 개의 강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머리에 떠올랐을 때사랑의 강물이 흘렀고가슴에 떠올랐을 때마음이 강물이흘렀습니다너느 날엔나는 그녀를 뜨겁게 안아주었지만 또 어느 날엔나는 그녀를 밀치고 돌아누웠습니다꽃이 닌 빈 뜨락에낙엽들이 연륜을 쌓아가던산울림마저 허허롭던 마음이어느 순간 마주한 자세로 눈 맞춤하더니바람 타고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낙엽 따라 흘러간 세월들은애증(愛憎)을 살라먹는 묘약이었나고개 하나 넘으니 외줄기 강물이 보인다나는 드디어 나래 편 자유인이 되었습니다.--최낙인 제2시집 중에서--Wishing it was you/Connie Francis 외22곡 좋아요공감 공유하기 통계 .. 2020. 12. 9.
눈물이 난다/詩 籠巖 최 낙 인 눈물이 난다/詩 籠巖 최 낙 인 댓잎에 이는 가녀린 바람 소리에도 낡은 시집의 사모곡 한 구절에도 손녀가 보내온 몇 마디 문안글귀에도 가슴이 저미어 울컥 눈물이 난다 앞뒤 하염없이 부대끼며 살아온 인생 아버님께서 하늘나라로 가시는 날에도 아린 슬픔이야 뼛속까지 사무쳤지만 정작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었다 산 넘고 물 건너 쉼 없이 달려간 세월들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었이었나 떠나온 고향도 돌아갈 항구도 까맣게 잊은 채 드넓은 우주를 혜매던 한 톨 떠돌이 별이었다 그건 구름따라 흘러가던 한줄기 꿈이었나 팔순에 다달은 내 뇌리에 작은 울림이 인다 내 어릴적 그 산하가 아스라이 다가오더니 그 정겹던 새소리 물소리 가슴팍에 밀려온다 난 이제 본향에 떨어진 한 점 운석(隕石)이 되었나? --최낙인 제.. 2020. 12. 5.
거 문 도(巨文島)/詩 籠巖 최낙인 거 문 도 (巨文島)/詩 籠巖 최낙인 거문도 가는 길 뱃길 삼백리 가르마 물결 따라 백파는 춤추는데 물새들 거북등 타고 사랑을 속삭인다 동.서도 포근히 감싸 안은 어미 품속에 아기섬 길러 삼도(三島)로 살아온 가족이언만 감동의 문필 드높아 거문도가 되었다 불타는 애향심은 불법 주둔의 영군도 내치고 회유의 청군도 총칼 든 일군도 몰아내었으니 위기의 조국을 지켜낸 남해바다 수호신이어라 여울목 건너 동백 숲길 바다 끝자락에 이르니 100년 세월 밝혀온 거문등대 날 반겨주는데 관백정(觀白亭) 오르니 백도가 저만치 다가온다 새벽길 일출 장관 바라보며 수월산에 오르니 위로는 보로봉 아래로는 선바위 신선바위 난 기어코 암벽타고 올라 팔순 신선이 되었다 --최낙인 제2시집 중에서-- 2020. 12. 4.
떠나간 인연/詩 籠巖 최 낙 인 떠나간 인연/詩 籠巖 최 낙 인 떠나간 인연도 인연이었다 고개 너머 사라저간 신기루였지만 내 가슴 속에 숨어든 빠알간 잿불이엇었다 산등성 호수 가에는 이른 봄이 오는가 했는데 그녀는 뒷모습만 남긴 채 진눈개비 속으로 사라져갔었다 많은 세월이 흘러갔고 흰 눈이 내리던 그 어느 날 불현 듯 그녀를 찾아보고픈 내킴 있어 나는 차를 몰아 백리 길을 내달려갔다 차창엔 연신 질퍽한 눈비가 내렸지만 가슴 속 치미는 서러움 같은 설렘은 흩어진 조각들 하나하나 살뜰히 꿰매며 아련한 그녀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었다 별리의 그 산등성은 빌딩숲으로 변하였고 그녀도 호수도 찾을 길 없어 허허로웠는데 환청 같은 귀울림이 내 뇌리를 멍 때린다 “떠나간 인연도 내 가슴팍에서 찾아보라”고 --최낙인 제2시집 중에서-- Bradley J.. 2020. 1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