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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250

옥천사(玉泉寺)/詩 籠巖 최 낙 인 옥천사(玉泉寺)/詩 籠巖 최 낙 인 고운 연꽃은 석불 봉우리로 피어나고맑은 옥천은 세심수(洗心水)로 솟는다내 어릴 적 엿가락 입에 물고싸리재 고개 넘어 원족 가던 곳계곡따라 오르는 솔밭 길엔물소리 청아하고 솔바람 향기로웠다민초들이 숨어들어 겨레 지키던 곳승병들의 그 함성 호국정토 되었다 대웅전 용마루엔 청자 빛 눈부시고노승의 예불 독경 산사가 자비롭다백련암 숲길 따라 산새소리 정겨운데청련암 동자승 파란 미소 시름은 없다불심정토 지켜온 노거수 은행 두 그루오늘도 청담(靑潭) 선사 불탑 위에 선문을 내린다 2020. 12. 25.
시린 옆구리/詩 籠巖 최낙인 시린 옆구리/詩 籠巖 최낙인 귓불이 시린 것은 추위 때문이라지만 옆구리가 시린 것은 무엇 때문일까? 내 젊은 날 하늘은 그렇게도 푸르렀고 뜨거운 가슴은 분출하는 용암이었는데 줄줄이 떠나가는 자식 녀석들 그 뒷 언저리에 잿빛 그림자가 드리워도 언젠가 되돌아오리란 기대감에 살았었다 두고 온 고향마냥 흐르는 세월 속에 기다림은 지쳐 가는데 오늘도 서산 해는 지고 찬바람만 스산하다 이토록 마음이 허전하고 옆구리가 시린 것은 아직도 끼고 잘 손주 놈이 없기 때문이었다 --최낙인 제2시집 중에서-- 2020. 12. 24.
곶 자 왈 /詩 籠巖 최 낙 인 곶 자 왈 /詩 籠巖 최 낙 인 시공이 멎어든 아득한 본향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태고의 숨결 지열이 빚어낸 오름의 세계는 지상과 지하를 아우르는 생명의 숲 수줍은 햇살은 풀섶으로 숨어들고 천연수는 암괴 휘돌아 동굴로 흐른다 여린 이끼는 암반을 푸르게 물들이고 늙은 고목은 바위 휘감아 뿌리로 오른다 청아한 물소린 멍든 가슴을 밝혀주고 향긋한 바람결은 지친 영혼을 맑혀준다 시원(始原)의 세계는 위대한 전율이어라 나 분명 이곳 천지개벽의 동산에 올라 장엄한 태초의 음향을 듣고 있음이라 영원토록 가꾸어야 할 이 강산 최후의 보루 여긴 돌도 나무도 짐승도 다 같은 형제들 난방계의 천량금 북방계의 좀고사리 곶자왈으 평화공존을 바라는 우리네의 염원 --최낙인 제2시집 중에서--  Autumn Overture - V.. 2020. 12. 23.
홍 도(紅島)/詩 籠巖 최 낙 인  홍 도(紅島)/詩 籠巖 최 낙 인 깃대봉에 오르는 길 난향 흐르는 바람결엔 비비추 고운 자태 하늘거리고 연리지 잣 밤나무는 사랑을 속삭인다 후박나무 그늘에 앉아 파도 일렁이는 바다를 내려본다 노을은 산등성 타고 내리는데 암벽도 바다도 온통 불타는 선홍빛 나는 불꽃에 날아든 한 마리 나비가 되었다 여명의 창틀사이론 상큼한 갯내음 하늘이 맞닿는 곳에 일출장관이 펼쳐지면 홍도가 태극기 휘날리며 애국가를 부른다 갯바위 부딪힌 너울은 백파로 치솟고 산허리 소나무는 여인네의 고운 학춤을 춘다 유람선 따라 돌아보는 뱃길 오십 리 자연이 빚어진 조화가 이렇게도 위대한가? 기기묘묘한 형상의 비경에 시공이 머문다 태초에 인간이 태어난 본향이 바로 여긴가 수억 년 이어온 사랑은 아직도 끝이 없고 정겨운 동물 가족들 축하.. 2020. 12. 22.
세 월/詩 籠巖 최 낙 인 세 월/詩 籠巖 최 낙 인 내 어릴 적 심었던 생가 묘목 한 그루 금년에도 어김없이 주먹 감을 매달았다 내 가슴팍에 안겨 배냇 웃음 피며 오줌 싸던 늦둥이 어엿한 숙녀 되어 용돈까지 찔러 준다 고희 넘어도 노익장 과시하며 등산길 선도하던 걸쭉한 그 친구 애도도 모른 채 불길타고 하늘로 올랐다 흘러가는 세월은 바람타고 흐르는 한 점 구름인가 강물 따라 흐르는 한 조각 잎새인가 아냐! 그건 흐름이 아니고 쌓임이라 흘러가는 강물에도 모래섬이 쌓이듯 한 잎 두 잎 쌓여가는 낙엽 동산이다 그 쌓인 낙엽들은 인생을 노래하는 생명의 시가 되고 인연과 궤적을 엮어내는 사슬이어라 --최낙인 제2시집 중에서-- 2020. 12. 21.
청 산 도(靑山島)/詩 籠巖 최 낙 인 청 산 도(靑山島)/詩 籠巖 최 낙 인 흘러가는 세월이 싫어 번거로운 세상이 싫어 절해고도로 내려않았다 수많은 세월 시간이 멎은 듯 느린 소와 함께 살아온 유순한 사람들 돌담길 내어 마을 이루고 구들장 논 일구어 천명을 이어왔다 부드러운 물결 더딘 발걸음은 푸르른 자연이 안겨준 신선들의 가르침 청보리는 그렇게 바람결에 익어가고 있었다 유명세는 댓가를 치러야 함인가 목선엔 아직도 세월 낚는 강태공이 많은데 언제부터인가 솔바람 넘나드는 당리 언덕엔 진도아리랑과 봄의 왈츠가 울려 퍼지더니 청산도는 슬로시티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최낙인 제2시집 중에서-- 사랑하기에 Beloved - Stanton Lanier 2020. 1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