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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혜원(惠園)박영배 시인방(제2.3시집)99

빨래터 아낙 / 惠園 박영배 빨래터 아낙 / 惠園 박영배 한숨을 내려놓고 풀어헤치는 눈물 보따리 비탈 밭 헤집던 가시덤불이 목줄을 타고 내려가면 물소리에 속내를 감추고 질근질근 비누질로 때묻은 가난을 씻어내고 고단한 찌꺼기를 벗겨낸다 토닥토닥 방망이질, 어두운 세상을 두들기고 잠든 매아리를 깨워 물.. 2012. 3. 11.
철쭉 / 惠園 박영배 철쭉 / 惠園 박영배 그 똧 밟지 마시게 세한의 엄동을 견디고 핏빛 꽃물 게워내다 지친 그리움이라네 그 꽃을 꺽지 마사게 새벽 찬 서릿발 아래 붉은 소망 한 줌 애를 태운 서러움이라네 임 그리다 망단한 마음 꽃빛으로 넘쳐나면 언젠가 임이시여 먼 데서도 알아보고 다녀가시려나 다.. 2012. 3. 10.
아내와 주방/惠園 박영배 아내와 주방/惠園 박영배 스무 살 아내는 풀무질을 배운 부엌에서 가스불로 요리하는 주방까지 솥뚜겅 무사고 운전에 딱지 한 번도 떼인 적 없는 사십년 경력의 모범 운전수, 부엌 안에서는 슈퍼우먼이자 절대적 달인이다 누구도 흉내내기 어려운 요리박사이자 식구들의 건강을 책임진 .. 2012. 3. 8.
겨울 밤 0시/惠園 박영배 겨울 밤 0시/惠園 박영배 별이 보이지 않는 밤 매서운 바람에 보도블럭이 납작 엎드려 있다 가로등이 측은하게 내려다본다 빙점의 시간, 그렇다고 조금 전과 후가 달라질 것도 없지만 내 스스로 만든 올가미에 갇힌 나는 촉수를 잃고 (늘 그렇듯이) 꽃무늬가 있는 머그잔에 아메리카노를 .. 2012. 3. 7.
꽃 한 송이 피우려고/惠園 박영배 꽃 한 송이 피우려고/惠園 박영배 꽃 한 송이 피우려고 토굴로 찾아들었네 누구는 백담사로 가던데 나는 옆구리에 찬 보따리가 많아서 말이야 막상 들어와 보니 음산한 기운에 눈썰미는 어둡고 생각은 가물가물 이따금 잔기침으로 머릿골이 쪼개지는 것 같으이 꽃도 때를 맞춰야 향기가 .. 2012. 3. 6.
갈 대 / 惠園 박영배 갈 대 / 惠園 박영배 갈대라 했나요 교태부리고 눈웃음 흫리다 마구 스러지고 밟히는... 아시나요 욕설을 던지고 침을 뱉아도 어둠으로 찾아드는 길손*을 품고 밤새 몸 비비고 나면 육신은 만신창이라도 우리네들 영혼이 맑아진다는 것 아! 외롭습니다 달빛에 흔들리고 싶습니다 저녁 .. 2012.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