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한 송이 피우려고/惠園 박영배

 

 

 

꽃 한 송이 피우려고/惠園 박영배 꽃 한 송이 피우려고 토굴로 찾아들었네 누구는 백담사로 가던데 나는 옆구리에 찬 보따리가 많아서 말이야 막상 들어와 보니 음산한 기운에 눈썰미는 어둡고 생각은 가물가물 이따금 잔기침으로 머릿골이 쪼개지는 것 같으이 꽃도 때를 맞춰야 향기가 있지 않겠나 난 언제나 개망초야 돌아서자니 뒤꼭지가 간지럽고 있자니 앞 꼭지가 부끄럽네 잘되면 칠십 안쪽에 꽃을 볼 것이고 못되면 칠십 줄을 묻을 상 싶으이 누구는 혀를 날름거리고 누구는 혀를 끌끌 차는데 글쎄,그거야 다 생각 나름 아니겠는가 한 고비 넘고 나니 고지가 눈에 들어오네 거왕지사 토굴에 들었으니 어디, 한양까지 파고들어갈까 싶네 그려 -박영배제3시집<그리움은 별빛이다>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