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개 내 (Gaenea)
흔적을 찾아서

개똥 줍던 이야기 (12 )

by joolychoi 2020. 2. 19.


 






 개똥 줍던 이야기

  


우리 어릴적 시골에서 개똥 줍던 생각이 난다.

1940년대 후반 국민(초등) 학교 다닐 때, 그때는 개똥,닭똥,쇠똥.

돼지똥 등은 소중한 농작물 재배의 거름이였다.

 

할아버지께서 집에 오시더니 “애야 내일 아침부터 개똥 주워야 와야 

겠다” 하시면서 개똥 삼태기와 개똥 주워담는 ㄱ자 나무 막대기

(ㄱ자로 된 나뭇가지를 꺾어 만든 개똥 주워 담는 도구)를 보내셨다.

아버지께서 아침 일찍 일어나 들이나 길에 나가 마른 개똥을 주워와야 

한다 하시였다. 그러시면서 삼태기와 ㄱ자 막대기로 주워담는 시범을 

보이시면서 개똥을 주어와 큰 집에 할아버지께 말씀 드리라고 하시어 

매일 아침 개똥을 주워와 큰집 헛간 개똥 모우는 곳에 갔다 두곤 

했었다. 처음 나가는 날 일찍 일어나 길거리에 개가 이리저리 다니면서 

볼 일을 본 개똥 찾아서 개똥을 삼태기에 주워 담았다.

 

개똥을 주워담는 방법은 개똥 삼태기를 앞쪽 (짚으로 역고 땋아 앞쪽이 

U자형으로 만들어진 부분)을 땅바닥에 대고 ㄱ자 막대기로 삼태기 

안으로 끌어 넣어 담는다. 이를 반복하여 주워 담아야 한다.

어제 저녁에 볼일 본 개가 많아야 그날 수확이 많고 이를 줍기 위해 

남보다 먼저 일어나 작업을 해야한다. 개똥을 많이 줍기위해 일찍 

일어난다.이것을 모아 썪혀서 농작물에 거름을 만들어준다. 쇠똥.

돼지똥, 닭똥은 집에 가두워 두는 가축이므로 집에서 똥을 짚과

함께썪혀 거름으로 모아 사용하지만 돌아다니는

개똥은 직접 주워야 거름 만드는데 사용 할수있다.

 

이 똥들은 시골에서 짚과 산. 들에서 채취한 풀과 함께 싺혀서 거름으로 

만들어 사용했다. 유일하게 그때 농작물에 사용하던 거름은 풀베기로 

모아 썰어서 썪혀 거름으로 사용했고 부엌에서 타고 남은 재로서도 

거름으로 사용 할 수도 있었다. 개똥 줍고 오던 어느날 할아버지가 

부르시드니 그간 수고 했노라고 칭찬도 주시고

그 후 부터는 그만두게 하시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할아버지, 아버지의 깊은 뜻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이 또한 어릴 때 개똥 줍던 이야기로서 기억 될 뿐이다.


※ 개똥삼태기:삼태기와 비슷한 모양이지만 멜수 있도록 끈이 

달려있다. 개똥은 무엇보다 좋은 거름이였고, 사람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삼태기 어깨에 메고 나가 개똥을 주워오는 것이 일과였다.


   개똥삼태기 (짚으로 만듬)



일종삼태기[여러종류가 있음)

곡식용 운반용 짚으로 만듬)


   

각종 삼태기 만드는 모습 



잿거름


   시인 구상 선생의 " 개똥밭 "시가 생각 나 옮김니다. 

 

[ 개똥밭 - 밭 日記 4 ]

 

개똥이네 할아버지가 개똥밭에 똥을 한 삼태기 주워다 쏟는다.

수수전 같은 소똥, 국화만두 같은 말똥, 조개탄 같은 돼지똥,

생굴 같은 닭똥, 검정콩 토키 똥, 분꽃 씨 쥐똥, 염소 똥, 당나귀 똥,

여우 똥, 똥이란 똥이 온 밭에 널려 있다.

 

개똥이가 생선 밸 같은 코를 훌쩍이며 쭐레쭐레 나와 보리밥풀이

말라붙은 잿빛 가랭이 바지를 짝 벌리고 진달래꽃 빛

엉덩이를 훌쩍 까고선 끙끙 안간힘을 쓰며 똥을 눈다. 

누렁이도 쫄래쫄래 쫓아나와

 

똥 누룽지와 똥 부스럼딱지가 다닥다닥 붙은 밭고랑을

반지르한 코를 쿵쿵대고 다니면서 찔끔찔끔 진 오줌을 싸고

뿌지직 뿌찌직 된똥을 깔기고선 이번엔 꼬리를 치며 달려와

개똥이 엉덩짝을 핥으려 든다. 개똥이는 똥구멍을 하늘로

치켜 올리고 똥통에 빠졌다 나와 뻗어 있는 성에 낀

막대기를 주워서 가랭이 밑으로 휘휘 흔들며

이 개, 이 개, 몰아 쫓는다.

 

그리고 늘어진 고개를 들어서 제끼곤 북쪽 하늘 울타리에

아직도 걸린 푸른 스무날 달을 바라다보다 지난해 여름,

그 꿀맛 같던 개똥참외를 머리에 그리고 천둥배탈이 나서

벼락설사를 하던 그 지랄 같던 추억에 이르러서는

설레설레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이번 참엔 한 개, 두개, 세개, 요렇게만 먹어야지!

중얼대며 막대 쥔 손으로 왼손가락을 모조리 꼽고 만다.

 

마주 보이는 뒷산 함성을 지르듯 활짝 핀 개살구나무!

가지에서 가지로 오르내리는 까치 한 마리가

흰 버러지 같은 똥을 뻘뻘 싸며 혼자 재밌어 캑캑거린다.

 

※http://blog.daum.net/seogyoon/1080468(04.11.01)등재된 글

 

아침에 똥을 누려고 마악 자리를 잡고 똥구멍에 힘을 주는

바로 그 결정적인 순간에 내가 화장실에 볼 일 보러 갈 때에도

절대 문을 못 닫게 하는 울 아들, 비호같이 쪼르르 달려와

내 엉덩이를(정확히는 똥구멍을) 들여다보면서

 

엄마 똥, 엄마 똥, 하더니 풍덩, 일을 끝내자마자

친절하게도 물까지 내려주는 울 효자아들,

그래서 오늘 아침 내 변의 색깔과 양과 냄새를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는 내 똥 얘기도 덤으로...

 

집에 돌아오는 길에 사온 두 권의 시집에 그만 행복해진 날,

우리 아들 동화책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랑 함께...

사람이든 개든 왜 꼭 똥을 누면 뒤를 돌아다보아야 맘이 놓이는 걸까...

 

우리집 개는 실룩실룩 똥을 누고나면 꼭 돌아서서 끙끙 냄새를

맡아보고서야 제 할 일(기껏 닭들 괴롭히는 일)을 하러 돌아서고

울 아들의 똥을 포함한 배설물에 대한 애착은 또 만만치가 않아서

꼭 출렁출렁 위태위태 제 변기통을 손수 직접 화장실 변기까지 배달하시고

물로 헹구어 탁, 탁, 두 번 털어 다시 얌전히 제자리에

갖다놓아야 직성이 풀린다.

 

내가 어찌 몰래라도 버렸다간 호 덩이가, 호 덩이가,

팔딱팔딱 뛰면서 바로 큰 일이 난다.

 

자기 건강에 대한 본능적인 체크일까?

아무튼 아침마다 눈을 뜨면 거의 바로 곧

황금색 똥을 쑤욱, 풍덩, 뽑아내고 개운한 만족감을

누리는 나는 뭐니 뭐니 해도 '행복한' 사람...

    

이 게시글은 2006년 11.17. 불로그에 게시했던 게시물을
필자가 재 편집해 등재한 게시물입니다.(joolychoi) 



 


   
 마음의 그림자 / 명상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