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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

다보탑과 석가탑/籠巖 최낙인

by joolychoi 2014. 10. 8.

 

 

 

       
  다보탑과 석가탑/籠巖 최낙인 

 

 

젊은 날

다보탑 앞에 서는 순간

내 몸은 오그라들었고 가슴은 마구 뛰었다

넘치는 기교 아름다운 문양의 그 자태는

바로 나래펴고 비상하는 천사의 모습이었다

 

석가탑 앞에 옮겨 섰을 땐

빗금 친 밋밋한 통돌 올려 세운 고깔 상투

그 어디 멋스런 기교나 예쁜 무늬 하나 없는

투박한 산골 남정네의 무표정한 모습이었다

 

흐르는 세월 속에 사람도 석탑도 변해 가더니

반백의 촌로 앞에 새롭게 다가선 두 돌탑

그 아름답던 다보탑은 다만 육안의 미인일 뿐

석가탑은 단아한 미소로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탑신 상하의 균형미와 형태의 조화미는

간결 장중한 남성적 완숙미의 극치였고

보주(寶珠) 위론 따스한 숨결이 흐르고 있었다.

 

심안에만 비춰지는 불타 세게의 아름다움

달빛 어린 영지에는 무영탑이 내리고

비운 마음속에 되살아난 여덟송이 연꽃에선

아사녀의 그 못다한 사랑이 피어나고 있었다.

 

--최낙인 시집<“엉겅퀴”제7부祖國>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