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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

화도(花島)의 밤/籠巖 최낙인

by joolychoi 2014. 8. 31.

 

 

 

 

        

 

 화도(花島)의 밤/籠巖 최낙인 

 

 

내 마음 가는 대로

서해로 향했고 바다도 건넜다

두 섬의 대교를 건너 도착한 섬 중의 섬

그곳은 “반갑습니다”의 촬영지 꽃섬이었다

 

낙조는 갯벌로 스며 들고

이 작은 섬에도 빔은 깊어 가는데

바람결에 흘러드는 비릿한 갯내음에

어머님의 포근한 치마폭이 생각났다

 

하늘의 별빛은 바다에 내리고

바다의 불빛은 하늘로 솟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에

은하수 흐르던 고향 뒷산이 그리웠다

 

자정이 넘어 설 무렵

온몸 휘감아 도는 절절한 그리움에

섬 논배미 개구리도 목이 타는데

천국으로 간 친구가 시 한 편을 보내왔다

 

“모든 것을 훌훌 털어 버리는

바람 부는 언덕에 서서

공중에 날려 보낸 빈 보자기의 조각들“ 이란

그의 애절한 시구를 읽으며 하얀 밤을 지새웠다

 

인연은 이렇게 시공을 초월하는 것인가

창가에 스며 든 별빛이 그의 혼령이었나

종심(從心) 따라 찾아든 화도의 빔은

가슴 저미도록 애달픈 가교(架橋)의 밤이었다.

 

--최낙인 시집<“엉겅퀴”제7부祖國>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