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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

옥 수 수 / 籠巖 최낙인

by joolychoi 2013. 9. 24.

 

 


[출처] 
 

  옥 수 수 / 籠巖 최낙인  
 

~~어스름 달빛 아래 문학하는 세 사람이 옥수수밭을

지나가며 자기의 느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A 시인은 아기를 안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이라 말한다

B 수필가는 머리카락 풀어 혜친 여인의 모습이라 말한다

C 소설가는 총 메고 도열한 군인들의 모습이라 말한다

 

우리들은 실상을 본다고들 하지만 사실은 실ㅊ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실체를 통하여 자기의 온축된 경험을 보고 있을뿐인데

그것을 마치 실상인 것처럼 말하고 있을 뿐이다

화가가 말을 그릴 때,없는 눈썹을 있는 것으로 그리는 것도

바로 유사 선행 학습에서 체득된 내용의 전이현상 때문이다

하나의 실체인 옥수수가 이렇게 다양한 주체적 형상으로

변모할 수 있음은 과연 하늘의 뜻일까, 인간의 의지일까?

 

저 출산을 염려하는 사람은 아기 밴 산모의 모습으로 보일것이고

우주 과학자는 인공위성을 장착한 발사체의 모습으로 보일것이고

나는 분명히 손주를 안고 있는 내 며느리의 모습을 연상할 것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수많은 실체들은 나를 통하여 그 의미가 결정된다

내 마음을 전해 받은 사물은 나의 생명으로 태어나고

나의 생명으로 태어난 사물은 나의 사랑의 대상이 되고

나의 사랑의 대상은 육화된 나의 화신이 된다.

그래서 나는 의지의 자유인이다.

 

의지의 자유인인 나는 길가에 피어오른 하찮은 잎새 하나에도

땅 속을 기어드는 미물 하나에도 뜻과 사랑으로 소통하는

애인이 되어여 한다.

오직 인간에게만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부여된 것은 이 아름다운 우주의 영속적

과제인 창조적 생성이란 임무가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최낙인 시집<“엉겅퀴”제5부人生>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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