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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

설날 오후/籠巖 최낙인

by joolychoi 2013. 10. 13.

 

 

 

 

 
  
 
 
 설날 오후/籠巖 최낙인 
 

 

밀물처럼 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그 빈자리

관음죽은 하얀 정적 위에 그림자를 내린다

 

손주놈 재롱에 입이 벌어졌고

딸에 눈물엔 가슴이 아팠었다

 

줄줄이 떠나는 발길마다

아내의 손길은 바빴고

나는 멍하니 그들 뒷모습만 지켜보았다

 

고개를 돌리니

큰애가 두고 간 도톰한 봉투 한 장

거실 탁자 위에 나부시 옆드려 있다

 

볼까 말까 얼마가 들었을까?

세뱃돈 눈물 돈에 비어 버린 지갑인데

그래서 인생을 제로섬 게임(零敗)이라 했던가?

 

남은 제주 술기운에 잠을 청했다

꿈길엔 복주머니 꿰차고 새벽길을 누볐는데

주름진 얼굴엔 오후 햇살이 가득하다

 

--최낙인 시집<“엉겅퀴”제5부人生> 중에서--

  

 

까치까치 설날은/김치경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