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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

시 간 / 籠巖 최낙인

by joolychoi 2013. 9. 1.

 

 

 

 

 

 

 

 
   시 간 / 籠巖 최낙인  
 

낙엽 흩날리는 공원 벤취에 앉아

가슴으로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스치는 바람에도 당신의 음성이 울려 나고

뒹구는 길앞에도 당신의 발자국 소리

들리는 듯 하였습니다

 

그러나 기다려도 기다려도

당신의 감미로운 음성도

귀 닉은 발자국 소리고 들을 수 없어

가슴은 콩알만큼 오그라들었습니다

 

행여 못 오시지나 않을까 하는 초조한 두려움이

머리를 스치더니 이내 가슴을 짓누르고 지나갑니다

 

당신을 기다린 지 벌써 한 시간이나 흘렀지만

정작 흘러간 시간은 겨우 십 분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달빛 흐르는 뒷동산 잔디밭에 앉아

당신과 마주하여 별빛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빤짝이며 다가오는 당신의 그 눈빛에 취하여

당신의 손목을 부여잡고 살며시 눈을 감아버렸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맞잡은 손길이 따습고 나누는 숨결만 도탑게 흐를 뿐

바람도 잠이 들고 하늘의 별들도 숨을 죽였습니다

 

행여 이런 시간 가시ㅣ지나 않을까 하는 일말의 두려움에

잡은 손등에 사랑의 징표를 남기고 당신을 끌어안았습니다

 

당신과 함께한 지 겨우 십 분밖에 지나지 않았건만

정작 흘러간 시간은 벌써 한 시간이나 지나가 버렸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는 시간은 아름다운 고통이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불인한 즐거움이라

그래서 고통도 즐거움도 너와 내가 빚어 내는 마음의 느낌

일 뿐 그 어디에 길고 짧음의 시간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최낙인 시집<“엉겅퀴”제5부人生>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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