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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

2011년 8월 21일/籠巖 최낙인

by joolychoi 2013. 8. 28.

 

 

 

 

  

 
  2011년 8월 21일/籠巖 최낙인  
 
 
새벽 예배 다녀오는길
장미 넝쿨에 매달린 이슬 방울
그 열롱한 자태에 아내는 발길을 멈춘다
무억을 느꼈기에 그토록
넋 나간 사람처럼 요지부동인가
작은 방울 속에도 소우주가 존재한다는
아느 철학자의 말을 떠올린 것일까
아내의 경건한 모습에 조용한 감동이 스친다
 
공항 빠져 나오는 수많은 군상 속에
아비를찾아낸 막내 딸애는 크게 반긴다
옆에 선 건잔한 훈남 한놈을 소개시키며
자랑스러운 듯 수줍은 듯 묘한 웃음을날린다
이제 새 둥지를 틀고픈 성숙된 분화의징조
난 두 선남선녀의 활기차고 발랄한 모습에
뿌듯한 대견스러움을 느끼면서도 어딘가
마음 한구석 허전함에 나는 작아지고 있었다.
 
북한산이 찾아든 병실엔 오후 햇살이 가득하다
친구는 산소 마스크쓰고 입 벌린 채코를곤다
조국의 문화재 보호 육성에 신명을 다 바친 애국인
잡초 같은 인생 그 무쇠 같은 열정 다 어디 두고
여기 눈 한 번뜰 기력조차 없이 사경을 해매는가
항암주사의 그 고통에도목도리에 휠체어 타고
비원에 몰려든 사람들에게 조선의 혼을 일깨웠다
가슴이 찢어진다 이렇게인생은 가는 것인가
 
낙동강 굽어보는 창가엔 하루해가 저문다
착륙 시도하는 비행기엔구름떼가 떠가고
어쩌다 내비친 석양은 쫓기는 바람인 양
한차례 객혈 같은 발광을 토하고 숨어 든다
석양도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 해야하나
새벽길 나서 서울 휘돌아 내려온 귀가길
발길 재촉하는데어둠이 앞서 갈을 막는다
오늘 하루도 바쁘게 돌아간 인생 나들이였다
 
--최낙인 시집<“엉겅퀴”제5부人生>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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