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의 삶 / 籠巖 최낙인

아비의 삶 / 籠巖 최낙인 머리로 사는 삶은 얼음이 얼지만 가슴으로 사는 삶은 얼음을 녹인다 태양에 빛나면 찬란한 역사가 되고 달빛에 젖으면 희미한 신화가 되는 승패로만 가름되는 이 허접스런 세상 세상이 자기라고 생각하는 망상도 자기가 세상이라 생각하는 착각도 머리 둘 뱀의 요상한 눈길 같은 것 현명한 사람은 역사를 통해서 배우고 우둔한 사람은 체험을 통해서 배운다지만 작위의 역사 속에 진실된 교훈이 있을 것인가 체험 속에 터득한 교훈이 진실의 역사 아닌가? 새벽 달빛 푸르른 뒤안길 걸으며 바람결에 들려오는 조용한 아우성을 들어 보라 패자를 짓누르는 승자의 함성일랑 외면하고 민초들의 서러운 흐느낌에 귀를 기울이소서 고독 속에서 해안을 길러 낸 당신이여 고통 속에서 의지를 빚어 낸 당신이여 고난 속에서 배픎을 읽어 냄 당신이여 그 값진 자양분들 자식을 자랑거리로 삼으려 쓰지 말고 스스로가 자식들의 자랑거리가 되는 그런 가슴 울리는 삶을 살아가소서! --최낙인 시집<“엉겅퀴”제5부人生>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