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따라 친구 찾이/籠巖 최낙인 |
50년 묵은 친구 찾아
벚꽃길 따라 나들이 길 나섰다
차창엔 따스한 봄바람 스치고
산기슭 호수엔 파란 물결이 춤추고
꽃잎 흩날리는 대지엔 은파가 출렁인다
금년에도 어김없이 이 아름다운 계절이
이 강산에도 내 육신에도 오고 있음이 아닌가?
이 은혜로운 조국의 산하가 황금 들녘을 건너
노송 짙은 학마을에 백설이 내리는 그 감격의 모습들이
과연 몇 번이나 더 내 곁을 지나갈 것인가?
예전 같이 않게 반가움은 더 짙게 다가오건만
나누는 인사말도 부여잡은 손길도 힘이 없고 맥이 없다
봉이는 15차례 수술에 생사를 넘나들었다 하고
학이는 치매 기로 말도 어눌하고 걸음도 부자연스럽다
동이는 새벽 등산길에 발목을 삐었다고 절뚝거리고
심감은 의식 잃은 아내 간병 3년에 심신이 초췌한 모습이다
나도 왼쪽 무릅이 퇴행성관절염이라 앉고 서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모두 다 입이 살아 있음은 얼마나 다행스런 축복인가
교육 걱정 나라 걱정에서 자식 자랑으로 하얀 밤을 지새웠다
투박란 툭사발에 향토 냄새 요란한 청국장 끊여 먹고
봉이 네가 조성한 가문묘역“슬기샘” 에 다 같이 참배하고
잔디밭에 앉아 마신 막걸리 그 맛에 하늘은 더욱 푸르렀다.
어쩌다 운 좋아 살아 있는 놈은 이렇게도 쏘다니는데
먼저간 점이의 저승세계 소식이 하도 궁금하기도 하여
금방이라도 파안대소하며 반갑게 맞아 주리란 기대를 안고
먼 바다 내려 보고 있는 친구 찾아 술 한 잔 올리고
안부 물었다.
몇 번은 부르고 물어도 대꾸 한마디 없고 마냥 푸른 잔디만
뒤집어쓰고 있으니 울울 답답하여 가슴이 쓰리고 아프다
살아 있음이 이렇게 허무함인가 하산길에 눈물 뿌리며
넋을 잃었다.
--최낙인 시집<“엉겅퀴”제5부人生>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