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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

꽃과 편지와 전화/籠巖 최낙인

by joolychoi 2013. 7. 19.

 

 

 

 

  

 

  꽃과 편지와 전화/籠巖 최낙인 
 

정적 감도는 피리한 내 병상에

쪽지 끼운 꽃다발 한 묶음이 전해져 왔다.

그 꽃은 내 마음속에 맑은 향기와 즐거운을 안겨주었고

그녀와 조용히 내 우리에 찾아든 한 지기(知己)가 되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어느 날

아프리카에서 보내온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종교 갈등 내전과 해적단으로 악명 높은 소날리아에서 온

정성을 다 바쳐 빈민구제, 의료봉사,문맹퇴치.악령 청소부등

난민과 고아들 구호 활동에 전념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편지는 내 가슴 깊은 곳에 전율과 감동을 안겨주었고

그녀는 어느새 내 가슴에 파도치는 한 연인(戀人)이 되었다

 

또 그로부터 20여 년이 흘러간 어느 날 새벽

중아아시아 아프가니스탄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착 가라 앉은 음성의 한 젊은 여인으로부터

그녀가 전해 달라는 전갈이라며

“지극히 사랑하였으면서도 차마 표현하지 못한 그 큰

가슴앓이를 안고 5대양 6대주를 돌고 돌면서

쏟고 쏟아도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는 전언을 남기고

마지막 숨을 거두어?T다.“는 내용이었다.

 

그 전화는 나의 잠든 영혼에 번득이는 울린을 안겨주었고

그녀의 영혼은 바정의 죽음을 넘어 이제야

구원의 반려(伴侶)되어 초라한 내게로 다가왔다.

정작 나는 바보였다.

 

--최낙인 시집<“엉겅퀴”제5부人生>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