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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

엉 겅 퀴/籠巖 최낙인

by joolychoi 2013. 7. 12.
엉 겅 퀴/籠巖 최낙인 더벅머리 열두 살 소년은 보릿자루 울러 메고 산 넘고 물 건너 눈보라 휘몰아치는 광야로 나섰소 골목길 난전에선 행여 옆집 소녀 훔쳐볼까 봐 장바구니 틀어 안고 그렇게도 여린 마음을 떨기도 하였소 억새 덤불 속에 인고의 가시 꽃 피워내는 엉겅퀴처럼 올곧은 손길 도타운 눈빛으로 해맑은 한살이 살아 보고 싶었소 눈길 주는 이 없고 가슴 주는 이 없어도 와달비가 내리고 돌개바람이 몰아쳐도 갈림길 석상처럼 애써 이 땅 이 조국을 지키려 하였소 어쩌다 분홍빛 꽃잎 미소에 흘러 진흙벌에 들었다가 수렁에 허우적대며 소스라치는 절규를 토하기도 하였소 곧고 바른 게 무언지 곱고 아름다운 게 무언지 어언 칠십 초로의 이마엔 거친 주름살만 남았소 아! 그래서 인생을 일러 '일장춘몽'이라 했던가? --최낙인 시집<“엉겅퀴”제5부人生>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