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개 내 (Gaenea)
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

외로움/籠巖 최낙인

by joolychoi 2013. 7. 7.

 

 

 

외로움/籠巖 최낙인

 

사랑이 떠나간 그 빈자리

서러운 샤연들은 낙엽처럼 쌓이고

외로움은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차라리 지워 내고픈 아린 아음에

한 잎 두 잎 쓸고 또 쓸어 내었더니

쓸려 나간 그 낙엽들은 어느새

내 빈 항아리를 가득 채워 가고 있었다.

 

저마다 눈물짓는 편린들의 흐느낌에

짐짓 태연한 척 외면의 모습도 취해 봤다

그런 어느 날 내 몸통 어딘가에

각혈 같은 오기가 스멀스멀 괴어 오르더니

어느 순간 가슴속에 한 줄기 바람이 스쳐갔다

 

바람타고 치솟아 오른 내 맘의 두레박엔

꽃이 피어나고 나비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하여 피맺힌 서러움은 그리움으로 솟아나고

미운 분심은 애련의 눈물응 쏟아내었다

 

그리하여 외로움은

돌아앉은 석상의 수줍음 같은 비원이 되고

둥지 새의 날개짓 같은 여린 내공이 되어

새 지평 펼쳐가는 한 가닥 초롱불이 되었다

 

-최낙인 시집<“엉겅퀴”제5부人生>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