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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

효 행(孝行) /籠巖 최낙인

by joolychoi 2013. 7. 23.

 

 

 

 

 
효 행(孝行) /籠巖 최낙인 잔심부름에 토 달지 않고 가고 싶은 학교 쑥쑥 들어가더니
이젠 효도관광여행 시켜 주고 이따금 두틈한 용돈도 쥐어준다
전번 생일날엔 꽃다발 들고 찾아와 읍내 복욕탕에 데려가
등 밀어 주고 돌아가더니 오늘은 계장으로 진급하였다는
낭랑한 전화가 왔다 자식들로부터 받아보는 이 즐거움에
쏠쏠한 재미를 본다

소금 간장으로 자취를 하면서도 대학 보내준다고 고마워

하더니 이젠 때맞춰 직장도 갖고 새색시 맞아

손주놈들 재롱도 보여 준다.

저번 고희 날엔 마다한 잔치상 올리고 아비 회고 문집

올리더니 오늘은 은행 빚 다 갚고 건물등기 마쳤다는

기분 좋은 전화가 왔다.

자식들로 부터 느껴 보는 이 편안함에 불인한 근심이 가신다.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는 그 근본은 보이지 않는 땅속 뿌리에
있음을 터득하고 슬기로운 삶은 흐르는 물처럼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사람답게 살아가는 지혜임을 체득하여
선대의 유훈 계승과 가문의 발전과 영광에 대한 신뢰를 쌓고,
 
슬쩍 흘린 말 한마디에서도 언어의 뜻을 알아내고
눈빛 하나에 도 의중을 간파하는 혜안이 보일 때 자식들의
그 어미 애비는 인연의 무거운 짐을 내리고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킨 모든 끈을 끊어 버리고 마음을 놓는다
자식들로부터 벗어나는 이 해방감에 날개 단
푸른 자유인이 된다.
 

--최낙인 시집<“엉겅퀴”제5부人生>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