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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

하 느 님 /籠巖 최낙인

by joolychoi 2013. 6. 26.

 

 

 

 

 

  

  하 느 님 /籠巖 최낙인  
 
 

아득한 그 옛날

황량한 사막을 헤매던 그네들은

회오리바람 몰아치는 열사의 모래별에

핏빛 눈물 흘리며 마지막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가

저 너머 모래바람이 쓸고 간 그 자리에

푸른 섬 하나가 신기루처럼 눈앞에 다가왔다

목마른 갈증을 씻어 줄 맑은 물이 괴어 있고

주린 배를 채워 줄 과일이 달려 있음이 아닌가?

 

그리하여 그네들은

생명을 지켜 준 그 은혜의 섬이 하도 고마워

감사하는 마음에 구원의 소망까지 빚어내어

옹립한 그 귀의처를 바로 “하느님” 이라 일렀다.

 

안위의 하느님을 가슴에 품은 그들은

열풍에 내몰리고 고된 노역 허기에 지쳐도

사랑이 떠나가고 미움과 질시가 다가와도

언제나 슬기로운 삶으로 자신들을 거룩하게 지켜 갔다

 

감사와 위안이 그 도타운 하느님은

하늘에도 땅에도 허허로운 가슴에도

찬란한 영광과 사랑스런 평화를 안겨 주어

우리네는 안락을 구가하는 의지의 자유인이 되었다

 

그런데 이 또한 어찌된 일이가

우리들의 상서로운 그 하느님을 두고

어떤 이는 절대 권력의 주체자라고 외치고

매서운 칼날 휘두르고 해맑은 영혼 짓누르며

어린 민초들에 무거운 쇠사슬을 안겨 주었다

 

생명을 다하여 찾아든 그 아름답던 푸른섬에

폭탄이 떨어지고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왔고

전지전능한 신의 계시가 내렸다는 그 자리에도

반목과 살육으로 얼룩진 검은 피가 줄줄이 흘렀다

 

본향 잃고 구천(九天)을 떠도는 수많은 미아들이여!

푸른 섬 찾이들던 그 서러운 실체를 상기하라

지혜의 가슴으로 빚어낸 그 귀의처를 찾아내라

그리항여 청록(靑鹿)의 마음으로 귀향길에 오르라

 

--최낙인 시집<“엉겅퀴”제4부祈願> 중에서-- 



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