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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

산의 연모(戀慕)/籠巖 최낙인

by joolychoi 2013. 6. 22.

 

 

 

 
 
 산의 연모(戀慕)/籠巖 최낙인   

 

수수억 년 전 그 어느 날 천지개벽이 일어나

물고기 회유하며 노닐던 그 평온한 바다는

피미르 고원으로 아타카마 사막으로 치솟아 올랐다.

 

천지를 굽어보는 우람한 자테의 높은 산들이

등성이 넘고 바다로 달리고 싶은 것은

본향에 대한 원초적 연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지붕의 간절한 소망을 간파한 차마(茶馬)인들은

티벳산맥 타고 넘어 비단길 따라 끝자락

바다로 향하였고 오늘도 아타카마 사람들은

물고기 변신 야마 등 타고 그 드넓은

소금평원을 달리며 숙명의 향수를 달래고 있다.

 

미물 연어도 수만 리를 휘돌아 모천으로 돌아와

생을 마치고 험준한 산악도 수억 년 모태 찾아

굽이치며 달리고 있는데 우리네 조선인은

어디가 시원이며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인가?

 

조용한 새벽 아파트 단지에 싸움하며 패악치는

소리 요란하고 우리의 영공에 구멍이 뜷리고

푸르던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와도 정가는

강 살리기 죽이기 아귀다툼으로 국혼없는

난장판인데 우리의 조국은 어떻게 뒈도 잃은

유성처럼 떠돌아야 하는가?

 

그 수많은 세월이 흘러도 차마 태고의 그 향수

떨치지 못해 머리 낮추고 고개 숙여 수많은 산맥 타고

달려온 귀향길인데 바다는 산이 그 태생적 임무

다하지 못한 아쉬움 떨치지 못해 세찬 파도만

일렁일 뿐 아직 기꺼이 안아줄

팔을 벌리지 않는다

 

그리하여 오늘도 귀향길에 오르지 못한 그 숱한 산들은

점점(點點) 섬이 되어 떠도는 눈물자국 바라보며

억겁의 연모를 달래고 있다.

 

 

--최낙인 시집<“엉겅퀴”제4부祈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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