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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

토기의 환상/籠巖 최낙인

by joolychoi 2013. 6. 9.

 

 

 

 

 

 

 

  토기의 환상/籠巖 최낙인 
-박덕규 화백에게-
 
그대는
날밤이 가는지 오는지
흙 묻은 토기 앞에
턱을 괸 비원의 석상이어라
 
토기는 천기와 지기로 빚어낸
가마골 조선인의 거룩한 손맛
천년의 시공을 넘어도
한결 토방의 불꽃 같은 외침
정결한 여인의 하얀 마음 같은
섬세한 문양과 질박한 표정들
 
그 긴 세월
버텨 온 민토들의 서러운 애환
더러는 웃음과 해학으로
아픈 가슴 달래기도 하였지
연민은 애잔한 사랑으로 번져갔고
염원은 민족의 혼으로 피어났다
 
붓글 타고 흐르는
신묘한 영혼의 울림
점 선 이어 내는 신기의 손길
그늘진 삶은 분노의 빗살이 되었고
정겨운 삶은 너울대는 나비춤이 되었다
 
오늘도
토기의 숨결이 흐르는 화폭엔
구원의 불사조 한 마리 날고 있다
생명을 잉태하는 산고는 바로 토기의 환상
 
--최낙인 시집<“엉겅퀴”제4부祈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