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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

갈대 숲 / 籠巖 최낙인

by joolychoi 2013. 5. 25.

 

 

 

 

 

 

 

  갈대 숲 / 籠巖 최낙인  
 
  

강어귀 모래틈에

한 무리 갈대숲이 일렁이고 있습니다

 

더러는 누런 황톳물을 뒤집어쓰기도 하고

폭풍우의 난도질에 사투를 벌이기도 하지만

철철이 날아드는 남북녘 새들을 감싸 안고

새 생명 키워 내며 비상의 나래를 펼쳐내었습니다

 

햇볕 쏟아지는 무더운 여름날엔

치켜세운 잎새로 뜨거운 열기를 식혀 내고

뻗어내린 뿌리로 치솟는 지열도 막아내었습니다

 

찬바람 밀려오는 차가운 겨울날엔

은빛머리 휘날리며 거센 숨결 몰아쉬면서도

조개잡이 손발이 시리고 휘어진 날개가 아렸습니다

 

세파에 찌든 무거운 발걸음이 다가와도

사랑이 불타는 뜨거운 가슴팍이 다가와도

언제나 군무(群舞)같은 부드러운 춤사위로 반겨주며

아름다운 밀어 쏟아내고 편안한 쉼터 내어주었습니다

 

간밤에 뇌성벽력이 치고 강풍이 몰아치더니

수백 년 소나무가 찢기고 뿌리가 뽑혀 나갔습니다

그러나 갈대는 바람 따라 휜 허리 부둥켜안고

악몽 같은 긴 밤 지새며 어린 생명들을 지켜 내었습니다

 

갈대는 부드럽고 여린 여인의 모습이 아닙니다

갈대는 부드러우면서 강한 우리들 어머님의 모습입니다

 

--최낙인 시집<“엉겅퀴”제4부祈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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