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원(祈願) /籠巖 최낙인
대보름 밝은 달이
동민들과 새해 인사를 나눈다
금술 좋은 오리 한 쌍
솟대에 소원 담아 하늘로 띄우고
투박한 듯 질박한 장승 한 쌍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약한다
동제 모시는 촌장님
술잔 올리는 두 손이 파르르 떨고
제문 낭독하는 축관의 음성이 경건하다
달집 타오르는 세찬 불길 따라
젊은이의 갈렬한 열망도 떠오르고
민초들의 절박한 소망도 타오르고
팔십 노파의 소박한 염원도 향불처럼 타오른다
아직도 동구밖엔
으스름 달빛 내리고 새벽별이 흐르는데
솟대는 높아만 가고 장승은 왕눈을 굴리고 있다
-최낙인 시집<“엉겅퀴”제4부祈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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