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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

은 총(恩寵 )/籠巖 최낙인

by joolychoi 2013. 5. 30.

     
 

은 총(恩寵 )/籠巖 최낙인



 
굳이 천사들의 축복이 없어도 좋다
다리 밑에 버려진 한줌 핏덩이어도
생명은 지극히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
유아독존의 거룩한 실체를 받아 안고
자유와 의지를 펼쳐 내는 동력의 주체
석양빛 받으며 산길 들길을 걸으며 
그 신비스런 생명의 음률을 들어보라
산길에 들려오는 청아한 솔바람 소리
풀섶에 울려오는 애잔한 풀벌레 소리
잠들었던 영혼은 날개짓하며 깨어나고
감동은 샘물 되어 가슴으로 흐르지 않은가?
동해 일출과 서해 낙조가 아름다운
조국에 감사하며 푸른 하늘을 바라보라
아직 마을 뒷산 오르는 등산길이 가볍고
소주잔 기울이는 벗님네 아귀다툼이 흥겹다
기증 받은 문집이 쌓여 가는 내 작은 서재는
섬광처럼 스쳐가는 몽환 속에 시심이 불탄다
재롱둥이 손주놈 덥석 품안에 끌어안고
고깔모자 씌워 주고 토실토실한 볼 살 부비며
그 놈이 싸 놓은 예쁜 똥이라도 깨물고 싶은 
그런 충동 속에 묘한 미소를 울릴때가 있다.
일흔 넘어 이 야릇한 설렘도 또 다른 은총이 아닌가요?
--최낙인 시집<“엉겅퀴”제4부祈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