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제 2,3의 삼성전자 안 보여
사정이 이러니 국내 499개 전체 상장기업들의 순이익 합계에서
삼성전자 1개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19.5%에서 2011년
30.7%, 지난해는 37%로 매년 치솟고 있습니다. 증시에서도
삼성전자 1개사의 시가총액 비중은 전체의 20%
(5월 16일 현재)에 이릅니다.
‘삼성전자의 무한 독주(獨走)’, ‘삼성전자가 흔들리면 한국
경제가 위태롭다’는 얘기가 농담 아닌 진실인 셈입니다.
주목되는 것은 일관공정부터 조립가공·조립완성품 분야에 걸쳐
생존을 건 진검(眞劍)승부를 벌이고 있는 중국·일본이 하나같이
‘삼성전자 타도’에 발벗고 나섰다는 점입니다.
아베총리/ 조선일보DB
아베 신조 총리는 이달 17일 기업인 대상 강연에서 한국을
다섯차례 언급하며 ‘세계에서 승리하자’고 외쳤는데,
이는 삼성전자를 꺾어 ‘극한(克韓)’하자는 의지를 표출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일본 경제산업성도 이달 22일 확정한
‘산업경쟁력 강화법안’에서 향후 3년간을 집중투자 촉진기간으로
정해놓고 스마트폰·반도체 등의 투자를 크게 늘리기로 했습니다.
한국 제조업의 마지막 보루인 삼성전자를 정조준한 조치입니다.
- 조선일보DB
화웨이·레노버·하이얼·ZTE 등 중국 토종 IT기업들도
‘삼성전자 타도’의 깃발을 높이 들고 있습니다. 화웨이의 경우,
세계 수준의 5분의 1정도 인건비로 5만여명의 연구개발(R&D)
인재를 확보해놓고 삼성전자 추월을 공언하고 있고,
레노버는 2년 내 삼성을 따라잡아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를
한다는 목표를 정했습니다..(☞기사 바로 가기 클릭)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챔피언급 대기업들이 7개 있고, 연간 매출
1조원 넘는 기업이 한국(300여개)의 7배 정도인 2000개가 넘는
일본은 어떤가요? 일본에는 또 세계 시장 점유율 3위 안에 드는
'히든 챔피언(강소기업)'이 한국(10여개)의 150배인 1500여개 있지요.
세계 최고의 부품소재 산업 기술력까지 갖춘 일본 경제의 부활은
한국 기업들을 목조여 오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국 기업들의 ‘야성적 기업가정신’은 차갑게
식고 있습니다. 올해 국내 기업들의 주총(株總)에서 ‘신사업’이란
단어가 거의 소멸된 게 한 증거입니다. 10대 그룹의 83개사 가운데
올해 신사업을 추가한 곳은 에스원(신재생에너지사업) 등
7개 뿐입니다.(☞기사 바로 가기 클릭).
기존 성장동력은 한계에 이르고, 새 성장동력은 마련못한 상황에서
급속한 고령화까지 시작된다면, 한국 경제는 ‘20년 장기불황’을
버텨낸 일본과 달리 암흑 같은 장기 침체기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③‘삼성전자 착시’에 빠져 정책 실기(失機)하고
安住하는 관료와 정치인들
이런 위기 상황을 벗어날 해법으로 전문가들은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새 성장동력 확보 ▲글로벌 경쟁력 있는 중견·중소기업
육성 ▲취약한 부품·소재 산업 강화 등을 꼽습니다.
안현호 전 산업자원부 차관/ 조선일보DB
최근 ‘한·중·일 경제 삼국지’(나남출판사)를 쓴 안현호 전 산업자원부
차관(현 무역협회 상근 부회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중견·중소기업에서 새 동력(動力)을 찾아야 한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대기업 직원이 독립해 벤처를 만들고, 사내벤처를
만드는 게 유행이었으나 지금은 힘들다. 모두 다 대기업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도 부품을 그룹 내에서 만들어
조달하는 바람에 대기업과 중견·중소 기업의 공존 생태계가
망가졌다. 인재와 자금이 유망한 중견·중소기업에 몰릴 수 있도록
'충격적'인 정책을 짜야 한다. 경제 민주화는 대기업을 끌어내리는 게
아니라 중소기업의 지지(支持)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는 “일본처럼 여러 경쟁력 있는 중견·중소기업이 대기업을
둘러싸고 공존하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삼성그룹이
정말 한국을 사랑한다면 2020년까지 30개의 수직계열사를
글로벌 히든챔피언으로 키우겠다고 선언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했습니다.
배리 아이켄그린 미국 UC버클리 교수는 “지금까지 한국 힘의 원천은
대기업이었으나 이제는 ‘스타트업 컬쳐(startup culture·활발한
창업문화)가주역이 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기사 바로 가기 클릭).
배리 아이켄그린 미국 UC버클리 교수
모두 옳은 말씀입니다만, 50여년간 대기업 및 관(官)주도 경제성장
공식에 익숙한 우리 관료나 기업인, 정치인 모두에게 낯설고 힘든
과제입니다. 더욱이 이런데도 한국 경제의 대분발과 빠른 정책
전환을 촉구하거나 실행하며 책임지려는 관료나 기업인,
정치인은 보이지 않는 답답한 현실입니다.
이들의 안일함과 몇템포 늦은 정책적 대응은 혹시 삼성전자 한
회사의 눈부신 성장을 자기 일인양 착각하고 도취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중국·일본은 정부와 기업이 하나가 돼 삼성전자란
한국의 강적을 무너뜨리기 위해 혈안(血眼)이 돼 있는데도 말입니다.
‘삼성 착시(錯視) 증후군’을 떨쳐내고 안개걷힌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면서 한국 경제의 새 패러다임 구축과 정책 대응을 서둘러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삼성전자의 호조세에만 의지한 채 주저한다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더 깜깜해질 것입니다.
출처: waple chosun.com./waple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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