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나 계산기의 올록볼록한 버튼은 원래 시각장애인을
위해 디자인했다. 그 덕분에 일반인도 눈으로 보지 않고 손에서
느끼는 볼륨만으로 다양한 기구를 조작할 수 있게 됐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듣는 책' 오디오 북(audio book)은
바쁜 비즈니스맨들이 자동차 운전을 하면서도 교양을 쌓을
기회를 준다. 가정용 기구나 장비 사용 설명서에는 알기 쉽게
그림이 많이 들어 있다. 이것도 처음에는 글자를 읽지 못하는
문맹을 위해 시작됐지만, 이제는 다들 일러스트만
보고 사용법을 익힌다.
예전 문고리 대부분은 동그란 손잡이를 잡고 손목을 비틀어야
열리는 방식이었다. 이런 문은 손을 움켜쥐고 팔을 돌리는
힘이 약한 장애인이나 노약자에게 불편하다. 화재 시 탈출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막대를 위에서 아래로
눌러 여는 레버식 손잡이다. 손이나 팔로 누르고 몸으로 밀어도
열린다. 지금은 레버식 손잡이가 점차 늘고있다.
그게 누구에게나 편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손으로 눌러
문을 여는 터치식이 보편화되고 있고, 냉장고 문도 터치식이
나온다. 수도꼭지를 돌리지 않고 손만 대면 물이 나오는
방식은 부수적으로 위생 수준을 현저히 높였다.
의료 쪽에도 이런 사례는 부지기수다. 당뇨병 환자는 발가락에
상처가 나면 잘 낫지 않는다. 말초신경 감각이 떨어져 있고,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탓이다. 퇴행성 관절염으로 발바닥
뼈가 뾰족해진 사람은 걸을 때마다 발에 통증을 느낀다.
이들을 위해 개발된 것이 발을 보호하는 당뇨병 환자용 신발이다.
뼈에 잘 눌리는 발바닥 부위를 푹신하게 디자인한 특수 신발이다.
이제 그런 신발은 환자가 아니더라도 어르신 대부분의 애용품이 됐다.
고혈압 환자를 위한 간이 혈압계는 가정 상비품이 됐다.
노년기 치매 환자를 위한 두뇌 훈련은 기억력이 떨어진 중년들의
브레인 피트니스 프로그램으로 쓰이고, 아기들 체온 측정을 위한
귀에 대는 전자 체온계는 어른들에게도 사용된다.
화상 치료를 위한 피부 이식과 재생 기술은 미용 성형외과와
화장품에 활용된다. 세탁기나 건조기의 문짝이 위쪽에서 앞쪽으로
이동한 것도 요통 환자가 선 채로 허리를 숙이는 고통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에서 비롯됐다. 지금은 많은 주부가 앞면 문짝을 선호한다.
이처럼 장애인에게 편한 것은 일반인에게도 편하다. 환자에게 좋은
것은 건강한 사람에게도 좋다. 그들의 고통과 불편을 해결하는
시설과 제품과 아이디어는 결국 보편화한다. 그 혜택은 사회
구성원 전체에게 돌아간다. 그런 맥락에서 환자와 장애인을 위한
지원과 투자는 시혜나 선심이 아니다.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다.
더욱이 고령 사회로 갈수록 누구나 잠재 장애인이요,
미래 환자이지 않은가.
출처: /waple club-view
blog.choseu.com/waple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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