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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세의 경제포커스] 위기감이 없는 게 위기-사내칼럼/view

by joolychoi 2013. 5. 1.

 

 

 


  
  [박종세의 경제포커스] 위기감이 없는 게 위기 

입력 : 2013.04.25 23:21

 


	박종세 경제부장
박종세 경제부장
 

경제 위기 때마다 우리는 일본과 악연(惡緣)이 있다.

16년 전 외환 위기 당시 일본 정부는 막판에 220억달러의

단기 자금을 회수해 결정적으로 한국을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으로 밀어 넣었다.

 

리먼브러더스가 문을 닫은 5년 전 월가발(發) 금융 위기 때도

일본은 애를 먹였다. 당시 달러 조달 시장이 막히자

정부는 일본 정부에 기존 통화 스와프 규모를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일본은 "대규모 스와프 확대는 곤란하다"고

발을 뺐다. 결국 우리 정부는 중국과 먼저 300억달러

스와프를 개설한 뒤 이를 근거로 일본을 압박한 끝에

어렵게 스와프 확대를 얻어냈다.

일본과 상대한 정부 관료들은

"평소에는 물 흐르듯 업무 협조가 잘되어도 위기만

닥치면 딴소리를 한다"고 섭섭한 속내를 털어놓는다.

 

한국 경제가 최근 2년간 초유의 0%대 성장률을

기록하며 고전하는 지금 일본은 엔저를 앞세운 아베노믹스로

다시 한국 기업을 괴롭히고 있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전자업종에서도 우리 수출

기업들은 가격이 떨어진 일본 제품에 입찰에서

밀리는가 하면 수익도 급감하고 있다.

"주변국을 궁핍하게 만들고 환율 전쟁을 불러올 수 있다"는

한국과 중국의 항변에도 일본은 엔저를 멈추지 않고 있다.

 

아베 일본 총리가 엔저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실은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아직 디플레에 신음 중인 일본 경제가 택할 수밖에 없는

외통수에 가깝다는 것이다.

재정을 퍼붓고도 디플레 탈출에 실패한 일본으로서는

아예 인플레 목표를 정해놓고 돈을 무작정 찍어내는

방법을 시도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국가 부채가 GDP(국내총생산)의

220%에 이르는 일본이 무한정 돈을 찍어내

국채를 사들이는 것은 물가가 오를 경우 금리가 상승하면서

국가 부채를 더욱 키우는 위험한 도박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아베노믹스의 성패(成敗)를 떠나 우리가 아베노믹스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있다. 당장 엔저가 고통스럽긴

하지만 부작용이 많은 극단적인 일본의 양적 완화 정책을

우리가 따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베노믹스가 아픈 것은 오히려 이 정책을 끌고 온 과정에서

일본이 보여준 위기에 대한 인식과 리더십,

그리고 속도감이다.

 

취임도 하기 전에 추경 예산을 편성하고,

자신에게 맞서 왔던 일본 중앙은행 총재를 논란을

무릅쓰고 교체하며, 이례적으로 재계의 사람들을 정책 결정

이너서클로 끌어들인 뒤 여기서 논의된 것을 곧바로

정책으로 발표하는 모습은 지금껏 봐 왔던

일본과 다르다. 이런 속도감은 한국의 특성이었다.

 

한국 경제를 '서서히 끓는 물에 담겨서 죽는 줄도 모르는

개구리'라고 표현한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매킨지의 리처드 돕스

소장은 "한국인들은 위기가 닥치면 단결해서 위기를 극복하는 데

뛰어나지만 쇼크나 위기가 없으면

잘 대응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이 됐지만 추경도

부동산정책도 아직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부총리는 빚을 내 추경을 편성했지만 한은 총재가

금리를 동결하면서 정책 모멘텀도 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두 번의 경제 위기를 세계 어느 나라보다

슬기롭게 극복한 한국은 지금 전혀 다른 차원의

위기를 맞고 있다. 당장 불타는 갑판이 보이지 않아도

발아래서 끓고 있는 물을 보면서 '진정한 위기'라고

느껴야 한다. 지금의 위기는 위기감이

없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출처: /waple club-view

blog.choseu.com/waple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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