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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자살공격 출정식때 외치던'덴노 반자이'에 미친 일본-종합/Life

by joolychoi 2013. 5. 4.

 

 

 

 

 

 

▲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뉴스1
 
  [클릭! 취재 인사이드] 2차대전 자살공격 출정식때 외치던
'덴노 반자이'에 미친 일본 

차학봉 도쿄특파원

입력 : 2013.04.30 03:03 | 수정 : 2013.04.30 10:34

극우보수화 치닫는 일본,

왕세자 일가까지 그 도구로 사용  


	차학봉 도쿄특파원
차학봉 도쿄특파원

 

  

이달 28일 도쿄의 헌정기념관에서 ‘주권회복의 날’ 행사에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미군에 점령당했던 일본이 7년간의

미군 통치를 끝내고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에 의해 1952년

주권이 회복된 것을 기념하는 행사였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일왕부부가 식장을 퇴장하는데, 누군가가 갑자기 ‘

덴노헤이카(天皇陛下·일왕의 일본식 표기)

반자이(万歳)’라고 외쳤습니다.

   

그러자 아베 신조총리, 아소다로 부총리가 손을 높게 들어

반자이를 따라 외쳤습니다. 최고재판소 소장, 중·참의회 의장도

반자이를 외쳤습니다. 일왕은 당황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일부 참석자들은 황당해 하며 그냥 보고만 있었습니다.

만세삼창이 예정돼 있지 않았는데다가 반자이가 이날 행사

분위기와는 전혀 맞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덴노 반자이’는 일왕의 만수무강을 기원한데서

유래됐습니다. 침략전쟁 당시 일본군 병사들이 자살공격

출정식에서 ‘덴노헤이카 반자이’를 외쳤습니다.

시간이 흘러 요즘 일본에서 결혼식이나 운동회에서 반자이를

외치는 사례도 있지만, 정부 행사에서 드러내 놓고

반자이를 외치는 경우는 드뭅니다.

 

주권회복의 날 행사는 처음부터 논란 투성이였습니다.

주권회복이 됐다고 하지만, 오키나와 등은 1972년에야

주권회복이 이뤄졌습니다. 이 때문에 오키나와에서는

‘굴욕의 날’이라며 정부 행사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렸습니다. 1945년 미군이 오키나와에 상륙하자,

수많은 주민들이 덴노헤이카 반자이를 외치며

집단자살을 했습니다. 일본군의 강요로 이뤄진

강제된 자살이라는게 오키나와 주민들의 주장입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해 일왕은 행사에 참석은 했어도

축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아베 총리가 자신이 주인공인

행사에 일왕을 들러리로 세웠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주권회복의 날은 아베 총리가 개헌을 촉진하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정부 행사화했습니다. 


	아베 총리/ 출처=뉴시스
 아베 총리/ 출처=뉴시스

 

■ 사망한 히로히토 일왕의 생일까지 2007년부터 공휴일로 지정  

행사에서 갑자기 ‘덴노헤이카 반자이’가 나온 것은 아베 총리가

바람잡이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합니다.

아베 총리는 축사에서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히로히토(裕仁)

일왕이 1946년에 지은 ‘고난을 극복하자’는 내용의 단가

(短歌·일본의 전통시)를 인용했습니다. 태평양전쟁 개전에

서명한 히로히토 일왕은 한국 등에서는 전쟁책임자로

낙인찍혀 있습니다.

아베 일본 총리가 양손을 치켜 들며 만세하는 모습. 사진 왼쪽 파란색 동그라미/TV조선 캡쳐

하지만 일본에서는 히로히토 일왕에 대한 복권 작업이

마무리됐습니다. 히로히토 일왕의 생일인 4월 29일이 2007년부터

‘쇼와의 날’이라는 공휴일로 정해진 것이죠. 일본은 석가·

예수 탄생일은 휴일이 아니지만 사망한 일왕의 생일까지

휴일로 삼고 있는 나라입니다.

 

아베 총리는 축사에서 “전쟁에서 패배해 산하(山河)만 남고,

먹을 것도 제대로 없었던 1945년 여름부터 시작된 (점령통치)

7년간은 일본 역사에 있어서 처음으로, 그리고 가장 깊었던

단절이며 시련이었다”면서 “61년전 오늘은 일본이 자신의

힘으로 다시 재출발을 시작한 날”이라고 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미군 점령의 원인이 됐던 일본의 침략전쟁에

대한 사과와 반성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클릭! 취재 인사이드] 2차대전 자살공격 출정식때 외치던 '덴노 반자이'에 미친 일본
 
 

‘반자이 사건’은 일본의 복고(復古)적 극우화 경향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아베 총리는 현행 헌법에‘국민의 상징’으로

규정된 일왕을 실권(實權)은 없더라도 전쟁 전(前) 헌법처럼

‘국가의 원수’로 바꾸자는 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일왕을 국가원수로 하는 헌법 개정의

가장 큰 걸림돌은 왕실(王室) 자체라는 사실입니다.

바로 왕위 계승 1위인 나루히토 왕세자가 이례적으로 퇴진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 때문입니다. 원로 종교학자 야마오리

데쓰오 전 도호쿠(東北)대학 교수는 최근 한 월간지에

'황태자 전하, 퇴위하십시오'라고 글까지 기고했습니다.

과거 극우집단은 덴노에게 전쟁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던

언론과 지식인들에게 무차별 테러를 가해,

왕실비판을 금기로 만들었습니다.

 

흥미로운 일은 지금 왕세자에게 불만이 많은 세력은 오히려

덴노 제도를 적극 옹호하는 사람들입니다. 나루히토 왕세자가

일왕이 된다면, 덴노 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이죠. 무엇보다도 올 6월로 나루히토 왕세자와

결혼 20주년을 맞는 마사코 왕세자빈 탓이 큽니다.

왕세자빈은 10년째 적응장애를 앓고 있는데, 적응장애를

이유로 왕실행사에 거의 불참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 마사코 왕세자비(왼쪽)와 나루히토 왕세자/출처=뉴스1
일본 마사코 왕세자비(왼쪽)와 나루히토 왕세자/출처=뉴스1

■ 극우 물결 거슬리는 왕세자 가족을 왕따로 몰고

‘저주’와 퇴위까지 주장

 

마사코에 대해 일부 주간지들은 ‘저주’ 수준의 비난을 퍼붓고

있습니다. 주간문춘(週刊文春)은 '마사코님의 금전(金錢)

감각'이라는 제목으로 20년간 구입한 명품 목록을 공개하는가 하면

호텔 스위트룸 숙박료까지 공개하면서 ‘낭비벽 있는 여자’로

묘사했습니다. 때때로 고부(姑婦) 갈등설도 보도됩니다.

주간지 뿐만이 아닙니다. 일본의 대표 정론지라는 아사히(朝日)

신문은 최근 “왕세자빈이 작년 가을 친척들과 함께한 핼러윈

파티에서는 매우 즐거운 모습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적응장애가 왕실행사에 불참할 만큼, 심각한 상태가 아닐

수 있다, 혹은 꾀병일 수 있다’는 느낌을 주는 기사였습니다.

 

극우파들은 패전 전까지 신적(神的) 존재이던 덴노의 역할을

‘국가의 안정을 기원하는 제사장’, 왕실은 ‘이상적인

일본의 가정 모델’로 재정립됐습니다. 현 아키히토(明仁)일왕은

그런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지금의 덴노는 '평화의 상징'이며

'한국을 배려하는 일왕'이라는 이미지를 완성했습니다.

매년 8월 15일(종전기념일) 행사에 참여해

"평화를 기원한다"는 말을 되풀이해왔습니다.

 

2005년 사이판을 방문해 한국인 전몰자를 위로하는

한국평화기념탑에도 참배했습니다.‘3·11 대지진’이 나자

재해지역을 수시로 돌아다니며 이재민들을 위로했습니다.

일왕 부부가 무릎을 끊고 이재민을 위로하는

모습이 거의매일 생중계됐습니다. 극우 세력들은

“ 덴노가 대지진과 원전사고로 흔들리던

위기의 일본을 구했다”고 평가합니다.

 

이에 비해 인간적이고 결함이 있어 보이는 나루히토 왕세자

일가에게서는 더 이상 그런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왕실행사에 불참하는 왕세자빈’,

‘그런 부인을 옹호하기만 하는 남편’이라는 이미지가

일본의 이상(理想)적인 가정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냉정하게 보면 나루히토 왕세자 일가는 평범하고 정상적인

일본인들의 한 모습입니다. 왕실이 존재하는 나라는 많지만,

일본처럼 왕이 아니라 덴노라는 명칭을 사용하면서 이렇게

요란법석을 떠는 나라는 일본 밖에 없습니다.‘덴노 반자이’

(일왕 만세)를 외치며 덴노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식의 19세기

말을 연상케하는 시대착오적 광풍(狂風)이 지금 일본 열도를

휩쓸고 있습니다. 극우파들에게는 일왕도 그들의 목표인

국가주의(國家主義)를 강화하는 한 도구일 뿐 입니다.

 

출처: waple chosun.com./waple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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