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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

창 (窓)/ 籠巖 최낙인

by joolychoi 2013. 4. 30.

     
 

창 (窓)/ 籠巖 최낙인



 
은하 내린 벌판에 풀벌레 울던 어느 날
난 불꽃 같은 사랑의 정념을 가슴에 안고
소녀의 창을 향하여 큐피트 화살을 날려 보냈다
한잎 두잎 낙엽지던 어느 가을날 밤
그렇게도 수줍어하던 그 가녀린 소녀는
종이비행기 날리고 도망치듯  사라져 갔다
옷깃 세운 겨울에도 가슴 부푼 봄날에도
그 작은 창을 넘나든 수많은 사랑의 밀어들은
이슬 맺힌  꽃잎처럼 그렇게 청초하고 향기로웠다.
수줍어 고개 들지 못하던 그 애 띤 소녀는
이제 주름진 얼굴에 반백의 노파가 되었고
서러움 노여움 넘어선 듯 내 곁에 곤히 잠들고 있다.
깨알 편지 날아들던 그 창은 아련한 꿈이었나
세월은 그렇게 흘러 어언 인생 뒤안길에 이르렀구나
허나 스많은 세월 내 곁을 지켜준 그 엤날 그 소녀는
쪽창이 없어도 화살 쏘지 않아도 가슴 깊은 곳에
사랑이 날으고 영혼이 춤추는 미로의 창 하나를 가졌디.
그 창은 눈빛 하나로 우주를 담아내는
거룩한 마음 의 창이어라
--최낙인 시집<“엉겅퀴”제3부思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