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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

연 두 색/籠巖 최낙인

by joolychoi 2013. 5. 5.

 

 

 

 

연 두 색/籠巖 최낙인

정년퇴직하는 날까지 나는 무슨색을 좋아하는지를 몰랐습니다 쫓기며 살아온 인생 철 따라 변하는 계절의 빛갈도 그 오묘한 색상의 정취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사각 공간에서 풀려난 오늘에야 하늘에 떠가는 구름의 모습이 보이고 갈잎에 일렁이는 바람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오솔길 오르던 4월 어느 날 아름다운 연두빛 세상 펼쳐가고 있는 여린 잎새들의 해맑은 푸른 미소를 보았습니다 온 산야에 출렁이는 그 연두의 물결은 차가운 내 가슴에 환희의 찬가를 울려주었고 내 어릴 적 어머님의 젖가슴에 흐르던 그 푸르름이 바로 내가 좋아하는 그 색채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늦게 찾아든 찬란한 이 연두빛 세상을 나는 더욱 사랑하며 아름답게 가꾸고 싶습니다 케냐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흑진주 소년이 있고 아직도 면사포를 써야 할 막내가 있기 때문이다. - 최낙인 시집<“엉겅퀴”제3부思慕>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