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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

빈 가 슴 / 籠巖 최낙인

by joolychoi 2013. 5. 1.
      빈 가 슴 / 籠巖 최낙인 빈 가슴에 낙엽이 떨어진다 쓸쓸한 눈물이 고여 흐른다 오랜만에 거닐어보는 고향 돌담길 향수는 저만치서 날 부르고 있건만 뒷산 어린 막내가 달려올 듯 눈에 집힌다 가슴 가득히 밀려오는 칠흑 같은 누려움 핏빛 가슴은 찬바람에 조여들고 무거운 발자국은 서러운 강물 되어 흐른다 눈물로 웃음으로 살아온 인생 더러는 과분한 명예도 가졌고 제법 살아갈 지참금이 없지도 않은데 오늘 따라 텅 빈 가슴 부등켜 안고 왜 이렇게 마음 조리며 불인해해야 하는가? 채우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빈 가슴 밀려오고 쓸려가는 조각배에 내가 탔구나 아직도 내겐 못다 한 미련이 남아 있음인가? 아직도 내겐 못다 한 업보가 남아 있음인가요? 싩타래 같이 얽히고 설킨 그 수많은 인연들 그 인연의 끈을 끊어 내고 구속에서 벗어나는 날 그 날은 분명 비상의 날개 단 완전 자우인일 터 내 이제껏 그 예지를 모른 채 살아왔음이 아닌가? 거울에 비친 내 자화상을 들여다본다 아직도 휘감긴 그 끈을 끊어 내지 못하고 바틀거리고 있는 그 촌로는 자신의 우둔함에 가슴을 치고 있었다. --최낙인 시집<“엉겅퀴”제3부思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