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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

수구초심(首丘初心) /籠巖 최낙인

by joolychoi 2013. 4. 25.

     
 

수구초심(首丘初心) /籠巖 최낙인



 
밤이 어두운 것은 
긴 밤 그대와 은하수 강물 건너
새벽바다 떠오르는 눈부신 태양을 맞이 하기 위함일까요?
겨울이 차거운 것은 
잔설(殘雪) 뿌려진 매화 등걸에
봄 향기 품어 내는 아리따운 님의 꽃을 피워 내기 위함일까요?
돌아가신 어머님이 그렇게도 그리워지는 것은
오줌 흥건한  이불 걷어내고 아무 말 않으시던
그 고마우신 어머님을 꿈속에서 뵈올 수 있음일까요?
이름 봄 텃밭 일궈 가을걷이 기다리다
어느 샌가 바람결에 흩날리는 민들레 신세 되어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딫치며 점차 내 모습을 잃어 갔지!
그런데 
그 어는 날 천둥이 지나가고
내 머리 위로 고향 하늘이 다가왔다
텃밭 위엔 분홍빛 노을이 내리고
가슴팍엔 해맑은 조무래기 웃음소리 울려왔다.
아! 어머님이시여 !
어둡고 차가운 긴 겨울 밤
못내 눈물짓던 그 오랜 기다림을 
이제 환희로 바꾸어 주시옵니까?
--최낙인 시집<“엉겅퀴”제2부思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