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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

성묘 가는 길/籠巖 최낙인

by joolychoi 2013. 4. 21.

 

 

 

  
  성묘 가는 길/ 籠巖 최낙인  
 
 
신평 고개 넘어 옥천사 가는 길
산등성 타고 할아버님 산소에 오르니
초가을 따사로운 햇살이 발에 밟힌다
 
산비탈 논배미
벼 익는 소리에 산 꿩이 날으고
못둑 포구나무
철 늦은 매미 소리에 향수가 피어난다
 
샘물 한 쪽박에 담숨에 오르던 그길이언만
팔찰하던 그 기력 다 어디로 숨어들고
이렇게 무거운 발걸음에 반나절이 걸리는가
 
어디선가 청아한 산울림 한차례 들려온다
귓전에 울려오는 숨결 같은 다정한 속삭임
늙은 손주 반기시는 할배의 애틋한 부름이었다.
 
사자소학 가르쳐 주시던 그 자애로운 사랑은
이제 내 가슴속에 망조석(望祖石)이 되었고
흘러가는 세월에 더해가는 이 사모의 정한은
이승도 저승도 시공도 다 넘어서는 것인가
 
--최낙인 시집<“엉겅퀴”제2부思鄕>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