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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

갈 비 /籠巖 최낙인

by joolychoi 2013. 4. 25.
갈 비 /籠巖 최낙인 설날 맞아 선영에 오르는 길 탐스런 갈비가 지북히 쌓여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이야 맛있는 식당을 떠올리겠지만 우리네 옛날 아이들은 대까꾸리로 낙엽 긁어모으던 애환의 그 솔밭을 연상하지요 책보퉁이 내려놓기가 무섭게 뒷산으로 달려간 우리들 지게 악동들 곰솔나무 아래 푹신한 이불 덮어쓰고 목청껏 "고향의 봄" 노래 불렀지요 산 그림자 타고 노을이 내리면 누구랄 것 없이 빨라지던 그 손놀림 간초롬이 다듬은 솔 갈비 한 짐 짊어지고 땀 뻘뻘 흘리며 제 집 정지에 내려놓았지요 어머님은 내 머리 쓰다듬으며 대견해 하셨고 저녁밥은 고상 이밥으로 배불리 먹었지요
--최낙인 시집<“엉겅퀴”제2부思鄕> 중에서--
 
 
* 갈비:소나무의 마른 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