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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

초 가 집/籠巖 최낙인

by joolychoi 2013. 4. 13.

 

 

 

 

 

 

  초 가 집/籠巖 최낙인 
 
 
해 뜨고 노을 내리면 어김없이
굴뚝은 하얀 연기를 피워 올린다
 
누렁이 낯선 이에게도 꼬리를 치고
병아린 물 모금마다 하늘은 높아간다
 
추녀에 보리쌀 바구니 그네를 타고
뒷벽에 헤어진 키 납작 엎드려 있다
 
지붕엔 빨간 고추 불꽃으로 타오르고
이엉 타오른 넝쿨엔 단호박이 익어간다
 
토담 흙내음 그리워 찾아든 정든 옛집
군불 지펴 놓고 귀향 첫밤을 청해 본다
 
어머님 보살핌 받던 우리 6남매
네 방구석 해매며 거친 잠 잤었는데
혼자 누운 이 방이 왜 이래 고만고만한가
 
달무린 봉창에 비켜가고
토방은 밤이 깊어 삼경으로 가는데
돌아온 마음은 자꾸만 어린 시절로 달려간다.
 
-최낙인 시집<“엉겅퀴”제2부思鄕>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