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개 내 (Gaenea)
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

밤 꽃 / 籠巖 최낙인

by joolychoi 2013. 4. 8.

 

 

 

 


  밤 꽃 / 籠巖 최낙인 
 
 
녹음 짙은 뒷동산에 산바람 내리면
어김없이 밤곷이 피고 여인들의 가슴은 부푼다
 
비릿한 밤꽃 향이 마을에 번지면
아낙들은 그 진한 향기에 취해
가슴 풀어헤친 채 도래춤을 추어댄다
 
눈물 마른 여편네는 지아비 산소에 올라
미운정 토해내며 먼저간 이녁들을 쥐어박는다
 
아랫마을 청산 과수댁은
밥 달라 칭얼대는 외아들 낚아채며
실성한 듯 고함치며 개잡듯 두들겨 팬다
 
어미의 패악소리 새끼의 울음소리에
동네 암캐들도 짖어대며 합창 공연을 펼친다
 
싱그러운 6월 하늘 아래
밤꽃은 그렇게도 진한 향을 토해내고 있는데
이 마을 남정네는 다 어디로 숨어들었나?
아낙들이 저렇게 미쳐날뛰며 울부짖고 있는데
 

--최낙인 시집<“엉겅퀴”제1부自然>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