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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

돌 담 /籠巖 최낙인

by joolychoi 2013. 4. 4.

 

 

 

 

 
  돌 담 / 籠巖 최낙인
 

돌담은

고독한 애국자

 

눈길 주는 이 없어도

골목길 휘돌며 마을을 지킨다

 

남풍이 밀려오고 북풍이 몰아쳐도

벌거벗은 몸 반듯한 자세로

천년을 지켰다 이 아름다운 산하를!

 

길 따라 바람 따라 흐르는 숨결은

어린 민초들의 서글픈 애환이어라!

 

비운의 역사가 스쳐가고

비정의 발길이 짓밟아도

서러움 걷어내고 피눈물을 삼킬 뿐

그대는 푸른 사슴처럼 말이 없구나

 

받치고 이어내린 그 아리따운 선율 그 정성

세파에 밀렸음인가 어느 뒤안길에 숨어들었음인가?

겨우내 메마른 돌담에는 지친 낙엽만 흩날리는데

어느 틈엔가 목마른 돌담에도 봄비는 내리고

비에 젖은 이끼 돌 청태 옷 갈아입고 냐래를 편다

 

오늘도 푸른 제복의 민병들은 지켜온 인고의 세월이

하도 서러워 파란 하늘 우러러 수줍은 탄성을 지른다.

 

--최낙인 시집<“엉겅퀴”제1부自然>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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