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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女직원에게 속옷 던지며 "너 같은 건…" 버럭-사회

by joolychoi 2013. 2. 14.

 

 

 

 

 

 


 

 

  대형마트 女직원에게 속옷 던지며 "너 같은 건…" 버럭 

양승식 기자 이지은 기자 김정환 기자

입력 : 2013.02.14 03:12 | 수정 : 2013.02.14 11:02

 

[욱하는 한국인, 자제력 잃은 한국] [2] 분노의 일상화

'가슴 속 용광로' 끓어 넘쳐… 욕하고 때리고 속옷 던지기도

잡히고 나서 하는 변명은 "상대방이 먼저 화나게 했다"

국민 65% 공동주택 살지만 남 위한 배려는 너무나 부족

 

지난달 4일 새벽 2시 서울 마포구 창전동의 한 찜질방.

수면실에서 잠을 청하던 국모(47)씨가 유모(51)씨와 다툼을

벌였다. 국씨가 "코 고는 소리에 잠이 깼다"면서 유씨를 발로 차

깨운 게 발단이었다. 언성이 높아진 둘은 한 시간 동안 욕설을

주고받으며 몸싸움을 벌였고, 결국 고혈압을 앓던 유씨가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숨졌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몸싸움을

벌이다 유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국씨를 입건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욱'한다고 표현되는 생활형 분노가 팽배해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서울 지하철 7호선 군자역에서는 오모(70)씨가

김모(77)씨를 바닥에 쓰러뜨리고 얼굴을 때려 숨지게 한 일이

벌어졌다. 두 사람의 싸움은 오씨가 "지하철을 타면서 부딪쳤다"는

이유로 김씨와 욕설을 주고받은 것이 시작이었다.

지난달엔 현직 국회의원 비서관 박모(37)씨가 서울 서초동의

한 편의점 현금인출기 앞에서 "돈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서 회사원 오모(31)씨의 머리채를 잡고 배를 여러 차례

걷어차 입건되기도 했다. 박씨는 "상대방이 먼저 욕을 했다"면서

"머리채를 잡은 건 맞지만, 복부를 걷어차거나

때리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지난해 서울 중구 남산에서 70대 남성이 30대 여성으로부터

온갖 수치스러운 욕설을 듣고 있었다. 70대 남성이 꽃 가지를

꺾은 30대 여성의 아들에게 "꽃을 꺾으면 안 된다"고 얘기했다는

이유에서다. 30대 여성은 "당신 같은 X 같은 XX들 때문에 세상

살기가 싫다. 경찰을 부르라"고 70대 남성에게 달려들기도 했다.

경찰이 출동했지만, 이 여성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당시 사건을

목격한 한 시민은 "자신의 자녀가 꽃 가지를 꺾는 비상식적 행동을

했지만, 30대 여성은 오히려 상대방에게 엄청난 욕설을 퍼부었다"며

"그런 장면을 목격한 어린아이가 나중에는 어떻게 되겠느냐"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인구 대부분이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

인구주택 총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65%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생활하고, 91.1%(2011 도시계획현황 통계)는 사람이

밀집한 도시에 살고 있다. 하지만 배려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사람이 많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수단에서의 생활형 분노는 일상이

됐다. 지난해 서울 지하철 4호선에서는 "지나가는데 발을 찼다"면서

한 남성에게 욕을 하며 폭력을 휘두른 여성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됐다. 이 여성은 싸움을 말리던 승객의 머리채까지 잡고

흔들며 분을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겐 욱하는 사람들이 공포의

대상이다. 서울의 한 구청 주차관리 담당 공무원은 "자동차 근처에만

가도 큰소리부터 나오는 사람이 비일비재하다"면서 "말도

안 들어보고 불같이 화내는 경우가 많아 사람이 있는 차엔 아예

접근도 안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공공기관

상담사는 "별것도 아닌 것 갖고 화를 내면서 '상사 나오라'고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면서 "화가 난 부분을 차근차근 설명해

보려 해도 말을 다 듣지 않고 욱해버린다"고 했다.

 

지난 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한 손님이

"계산을 똑바로 못한다"면서 직원에게 행패를 부린 일도 일어났다.

이 손님은 1시간 동안 계산대 여직원에게 욕설을 퍼붓고 속옷을

집어던지며 "너 같은 X는 경찰에 넘기겠다"고 실랑이를 벌였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화를 참지 못하고 유난히 직원들에게 폭언을

일삼거나 심하면 주먹질을 하는 손님들이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나온다"라고 했다.

 

분노는 가정에서도 흔한 일상이 돼버렸다.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13일 자신을 꾸중한 아버지를 발로 차 넘어뜨린 뒤 밟아

숨지게 한 혐의로 김모(41)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설 이튿날인 11일 오후 1시 30분쯤

의정부시 호원동 아버지(71)의 집에서 "취직도 못 하고

방구석에만 있는 형편없는 놈"이라는 말을 듣자 격분해

아버지를 쓰러트리고 주먹과 발로 배와 가슴을 10여회

걷어차 내장 파열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아버지가 모욕을 주고 계속

몰아붙이니까 격분해 아버지를 넘어뜨리고 배와

가슴을 차게 됐다"고 진술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남들과 비교하기 좋아하는 한국인…

불공평함 느끼면 남에게 분노 표출" 

이재경 인턴기자(서울대 국문학과 4년)

김광훈 인턴기자(서울대 정치학과 4년)

입력 : 2013.02.14 03:12

 

[욱하는 한국인, 자제력 잃은 한국] [2] 분노의 일상화

전문가들이 본 '욱하는 한국인'

도움·방해 싫다는 개인주의… 마음 저변엔 '절대 손해 안 봐'

 
 
곽금주 교수(사진 왼쪽), 이종화 교수.

  

   

전문가들은 '욱'하는 생활형 분노가 우리 사회에 가득 차게 된

바탕엔 여러 심리·사회·문화적인 요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 분노가 일어나는

요인엔 '불공평하다'는 인식에서 오는 '분노 심리'가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어느 사회에서나 불평등은 있지만, 우리 사회는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는 정서가 다른 나라보다 커, 불평등 의식이

증폭된다는 분석이다. 곽 교수는 "분노를 억제해 온 예전과 달리

요즘은 '불공평함'을 알아주지 않는 남들에게 화를 표출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며 "또한 이런 공격성은 모방성을 띠고 있어

사회 전반적으로 분노 성향이 가속화되고 상승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곽 교수는 "예전엔 부딪치면 그냥 지나가는데

요즘은 욕을 하게 된다든지, 점점 분노 성향이

가속화되고 상승한다"라고 했다.

이웃 간의 거리가 가까워졌지만,

심리적 거리는 멀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조아랑 경희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최근 이웃과의 갈등으로 상담을 받으러 오는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공동체 의식을 갖고 지내던 시절에 비해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생활형 분노가 감정충동 조절과 온건한 대화에 익숙지 못한

우리나라의 문화 때문에 발생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종화 경찰대 경찰학과 교수는 "외국에선 어려서부터 토론식 대화를

가르치는데 한국에선 이런 대화 방식을 평소에 접하지 못해

주장을 펼칠 때 말꼬투리를 잡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출처:waple chosun.com./waple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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