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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정약용과 목민심서로 배우는 지혜

주색을 즐김은 원망과 연결된다.(지혜51)

by joolychoi 2010.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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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색을 즐김은 원망과 연결된다.(지혜51)

 

술을 끊고 여색을 멀리하며, 노랫소리와 악이의 음율을 가까이 두지 말고,공손하고 단정하고 엄숙하기를 제사를 모실 때 처럼 해야 하며, 놀고 즐기는 것에 치중해 정사를 소홀히 한다거나 거칠게 하고,안일함에 빠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정손이 말하기를

"사람의 총명함에는 한계가 있고 할 일이 무궁무진 하게 많다. 한 사람의 정신으로 여러사람의 간사함을 막아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술에 떨어지고 여색에 빠지며,시나 짓고 바둑이나 두고 하는 사이에 드디어 형사적인  관계의 소송을  미결로 해를 넘기게 되고, 옳고 그른 것이  서로 뒤바뀌게 된다면 결국 소송은 더욱 많아지고 일거리는 지나치게 불어날 것이다. 어찌

잘못된 일이 아니겠는가. 새벽부터 정사를 처리하는데에 전력하고 집안의 개인적인 일들은 다 물리쳐 버려야 할 것이며, 주색(酒色)으로 인해 스스로 피곤하게 되는 일이 없고 절제 없는 환락에 빠져서 스스로 몸을 망치는 일이 없게 해야한다. 어느 일은 꼭 결재해야 하고 어느 것은 꼭 보고 해야 하며, 또 어느 것은 마땅히 시시비비를 가려 주어야 하고 어느 죄수는 마땅히 석방해야  하는가 등을 때때로 살펴보고 부지런히 처리 해야하며 다음날로 미루려고 하지 마라. 그렇게 한다면 일은 해결되지 않는것이 없을 것이며 마음도 또한  편안할 것이다." 라고 하였다.

 술을 좋아한다는 것은 모두 쓸데없는 것이다, 그것을 세상 사람들은  자못 맑은 취미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다음 사람에게로 또 다음 사람에게로 서로 전하면서 객기를 낳는다.

그것이 오래되면 그 객기는 드디어 광적으로 술을 좋아하게 되어서 술을 그만 마시고자 해도 그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정말로 슬픈 일을 초래하고 마는 것이다.

 

 술을 마시고 나면 주정하는 사람이 있고,말을 많이 하는 사람도 있고,자는 사람도 있다. 술 주정을 하지 않는 사람은 스스로 자기는 술을 마시드라도 아무런 폐를 끼치는 일이 없다고 하겠지만,잔소리나 쓸데없는  말들을 늘어 놓으면 아랫 사람들은 그것을 고통으로 여길 것이고, 잠이 들어 오래도록 누워 있으면 보통 사람들은 그를 원망할 것이다. 반드시 미쳐 날뛰고 소리 지르며, 벌 주기를 함부로 하고 지나치게 매질을 해야만 정사에 해롭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도백이 된 자는 술을 끊자 않아서는 안 될 것이다.

 

 창부가 음란하게 구는 것은 우리의 풍습이 아니다,그것은 오랑캐의 풍속이 점차로 중국에 전염되고 드디어 우리나라에 까지 파급된 것이다. 도백이 된자는 단연코 창부를 가까이 해서는 안된다.한번 창부에 가까이 한 일이 있으면 그가 처리하는 정사의 한 가지나 명령 하나에도 다 남의 의심과 헐뜯음을 받게 되며, 비록 지극히 공정한 처사 일지라도 다 여자의 청탁으로 그렇게 한 것으로 의심받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 또한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가.

 소박하고 순진하게 지내던 사람이 처음으로 한 번 창부를 가깝게 하고 나면, 그것에 현혹되는 것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심해진다.

 침실에는 여자의 달콤한 말과 모략의 말을 굳게 믿게 되는데, 이 창부라는 요물은  보는 사람 모두에게 추파를 던지며 사람다운 심성은  이미 없는 여자로서 따로 정부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그에계 어떤 중요한 정보도 다 누설하고 만다. 밤중에 귓속말로 속삭인 것이 아침이면 관청 안에 가득 퍼지고 저녁이면 온 관내에 전파되고 마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평생 동안을 단정하게 지네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드디어 바보가 되어 버린다. 이것 역시 안타까운 일이라고 할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노래와 풍악소리는 사람들의 원망을 격발시키는 신호이다. 내 마음이 즐겁다고 좌우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도 반드시 다 즐거운 것은 아니며, 좌우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다 즐겁더라도 온 지방 사람들의 마음이 반드시 다 즐거운 것은 아니다. 이렇게 한 지방 사람들의 마음조차도 반드시 즐거울 수는 없다.그 중에 단 한 사람이라도 춥고 배고프며 궁핍한 사람이 있을 것이고,감옥에 잡혀가 울부짖으며 하늘을 봐도 살아날 빛이 없고 참담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즐거움이라고는 없는 사람이 있을 것이므로,한 번 풍악소리를 들으면 반드시 이마를 찌푸리고 눈을 부릅뜨며, 길에서 욕을 하거나 하늘에 대고 그를 저주할 것이다.

 굶주린 사람이 들으면 더욱 그 주린 것을 한탄할 것이고,감금된  사람이 들으면  더욱 그 감금된 것을 슬퍼할 것이다.

 

  촉나라의 조청헌이 어느 지방을 맡아 그 곳을 다스릴 때에 길에 나갔다가 한 기생이 머리에 살구

꽃을 꽂고 있었다. 이에 그가 이 기생에게 장난을 걸어," 머리에 살구꽃이 참으로 예쁘구나."

라고 하자 기생이 즉시. "가지 끝의 매실은 어찌 탐내는 사람이 없을까요?" 라고 대답했다.

 저녁때가 가까워지자 그가 한 노인으로 하여금 그 기생을 불러 오게 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노인이 돌아 오지 않았다. 그는 사람을 시켜 재촉을 해 놓고는 방안을 거닐고 있다가 문득 소리를 높혀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을 해서 그녀를 불러오게 하는 일을  그만두도록 했다.

그때 노인이 장막 에서 나오면서 말하기를,

"저는 공께서 얼마 안 지나 그렇게 생각하실 줄 알고 그녀를 부르러 가지도 않았습니다." 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 이후부터 조청헌은 색욕을 끊기 위해 항상 부모의 초상화를 침상에 걸어 놓고 스스로 자제했다고 한다. 

 

또한 한지가 도백으로 있을 때,중을 드는 기생 수십 명을 항상 한방에 두고서도 그녀들을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아랫 사람들도 기생들을 가?까이 하는 사람이 없었다.

어느날  그가 조용히 아랫사람들에게,

"오랜 객지 생활을 하면서 더러 여자를 가까이 해본 적이 있는가?" 하고 물으니 모두 사실대로 대답했다. 이에 그가 웃으면서," 어떻게 내가 스스로 그런 것을  금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까지 막을 수 있겠는가. 다만 난잡하게 놀지 말라는 것 뿐이다. 내기 일찍이 호서 지방에서 토지를 종합,점검하는 일로 청주에 머물고 있었는데 ,재색이 뛰어난 강매라는 기생이 항상 곁에 와 있었다.

사흘째 되던 날 밤 잠결에 발을 뻗으니 문득 사람의 살결이 닿음을 느끼고 누군지 물으니 바로

강매였다. 강매가 말하기를,

"저에게 공의 돌보아 주심을 입지 못하면 벌을 주겠다고 엄포를 놓기에 이렇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몰래 들어왔습니다." 라고 해서 나는,"그거야 쉬운 일이지."하고 말하고는 바로 이불속으로 들어오게 하고 나서, 그 후로 13일 동안이나 그녀와 동침을 했는데도 한번도 그녀와 같이 살을 섞은 적이 없었다. 내 일이 끈나고 돌아올 때가 되니 그녀가 눈물을 흘리기에 내가,"아직도 무슨 미련이 남아 있느냐." 하고 물으니

"무슨 미련이 남아 있겠습니까. 다만 아무 일도 없이 지났기 때문에 울 뿐입니다." 라고 대답을

하였다. 이에 그 녀에게  그렇게 하기를 시켰던 사람이 말하기를,

"강매는 세상에 좋지 못한 소문을 남겼고 그 분은 아름다운 명성을 후세에 길이 남겼구나" 라고 했었다. 라며 아랫사람들에게 어떤 경우라도 이같이 색욕을 참지 못할 만한 경우는 없을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한 조선조 개국공신인 박신은 젊었을 때에도 명성이 있었는데, 그가 강원도 도백이 되었을 때 강릉 기생 홍장을 사랑해서 정이 들었다.그런데 그의 임기가 다 되어서 그가 돌아가게 되었을 때

 부사인 조운홀이," 홍장은 이미 죽었습니다." 라며 거짓말을 했다. 그때 박신의 슬픈 표정은 정말로 보기 딱할 정도였다. 어느 날 경포대로 조운홀이 박신을 맞아 놀면서 홍장으로 하여금 예쁘게 꾸미고 좋은 옷을 입혀 단장하게 했다. 그리고는 아랫사람중에 나이가 많은 한 사람을 불러 그의 눈섭과 수염을 하얗게 하고 홍장과 같이 한 배에 올라 놀게 하였다. 그런 후에 박신과 함께 놀다가, "신라의 노인 안상이 천년의 풍류를 잊지 못하여 경포대에 임금의 신하가 놀이를 한다는 말을 듣고는 아름다운 배에 다시 홍장을 실었구나." 라는 내용의 시를 지어 붙이고는 박신에게,

"이곳에는 신선들이 있어 그들이 오가는데 그들을 바라다만 보아야 하며 가까이 가서는 안됩니다." 라고 말하니 박신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찼다. 그때에 갑자기 배가 바람에 밀려 잠깐  사이에 그들의 앞에 홍장의 배가 다가서니 박신이, " 신선의 무리임이 분명하구나," 하고 말하고는

자세히 살펴보고 그것이 다름없는 홍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 같이 있던 사람들이 손뼉을 치면서 크게 웃었는데 물론 조운홀이 상관을 놀린 것은 잘못이나 박신 또한 허황된 생각에 정신이 없는 사람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