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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정약용과 목민심서로 배우는 지혜

무게 있게 행동하라, (지혜50)

by joolychoi 2010. 2. 5.

 

 

 

 

 

 

 

 

 무게 있게 행동하라, (지혜50)

    

 도백의 위치라는 것은 존엄한 것이다.여러 명의 아랫사람들은 그의 앞에 엎드리며 일반 사람들은 뜰에 있어야 한다.다른 사람들은 감히 그 곁에 자리를 같이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비록 자기의 아들 딸들이나 친한 손님일지라도 다 물러가게 한 후에 우뚝하게 홀로 앉는 것이 예절에 맞는 것이다. 그러나 퇴근한 뒤나 고요한 밤에 일이 없을 때에는 부하직원들을 불러 접대하는 것도 좋다.

도백으로서 어버이를 모시고 있는 자는  새벽에 일어나서 어버이의 숙소에 가서 문안을 드리고 나와서 부하직원들의 인사를 받는다.또한 정사를 맡아보는 집무실은 존엄한 곳이므로 상복을 입은 사람이나 허술한 차림의 사람을 그 곳으로 불러서 만나거나 접대해서는 안된다.

 

이위솔이 성천의 도백이 되었을 때에,그의 맏아들이 외가족 상을 당해 상복을 입고 와서 대문 밖에 머물러 있으면서 부친의 부하직원을 불러 들어가 뵙기를 요구하니 이위솔이 말하기를,

"상복을 입은 사람은 공적인 정사를 처리하는 공용(公用)의 문으로 들어 올수 없으며 더더욱 집무실에는 들어올 수 없다." 고 하고 담을 헐고 들어오게 하여 다른 곳에 있게하고 자신이 몸소 가서 만나 보았다고 한다. 또한 채번암이 화성의 도백으로 있을 때, 인척관계가 되는 집의 소년이 상복을 입은 채 관청의 문으로 들어왔으므로 공이 그 문지기를 처벌했다고 한다.  

 

그리고 도백이 무게 있게 행동하지 않으면 위엄이 없어 보인다.그런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을 무게 있게 가지지 않으면 안된다.

옛날 진(晉)나라의 사안은 조카가 전쟁에 나가서 승리했다는 보고를 받고도 두던 바둑을 그치지 않았으며,한(漢)나라의 유관은 새로 지은,황제의 앞에 나아갈 때 입는 옷인 조복에 국을 엎질렀을 때에도 놀라지 않았다는 옛 이야기는 다 평소에 깊이 생각하던 바가 있기 때문에 불시에 일을 당해도 당황하지 않게 된다는 교훈이다. 도적이 일어나거나 수재,화재가 있거나,담이 무너지고 집이 넘어가는 경우가 있을 때에도,혹은 심부름 하는 아이가 잘못해서 물그릇을 엎지르거나 화로를 뒤엎는 일이 있을 때에도, 모두 태연스럽게 앉아 동요하지 말고 천천히 그 이유를 살펴야 한다. 또한 암행어사가 나타나거나 직급이 강등되었다는 통지가 갑자기 도착하였을 때에라도 말과 얼굴빛을 변함이 없게 하여 앞으로 있을 남들의 비웃음이나 업신여김을 받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

 

배도(裵度)가 중서 지방의 도백으로 있을 때,어느 날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갑자기 관인(官印)이 없어졌다는 보고를 받았으나 배도는 아무렇지 않게 태연히 술만 마시고 있었다.조금 후에 전에 있던 자리에서 관인을 다시 찾았다는 보고가 들어 왔다. 배도는 그 보고를 듣고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같이 술을 마시던 한 사람이 왜 그렇게 가만히 있었는가 하는 까닭을 물으니 배도가 대답하기를,

"이것은 반드시 어느 간사한 부하직원이 그것을 훔쳐서 문건에 찍느라고 한 일이 틀림없을 것이더,그는 일이 급하게 되면 그 관인을 물이나 불에 던져 버릴 것이고, 늦추어 주면 도로 제 자리에 갖다 둘 것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라고 하니 주위의 사람들의 그의 도량에 탄복했다고 한다.

 

또한 명나라의 문신인 장요는 너그러운 성품을 가지고 양주지방을 다스리고 있었는데, 어느 날 시가지에 나갔을 때 어떤 아이가 띄운 연이 그의 모자에 떨어졌다. 이에 수행했던 부하직원이 그 아이를 붙잡아 오려고 하자 그가 말하기를, "아이가 어리니 놀라게 하지 마라," 라고 했으며, 또 어떤 부인이 창문으로 물을 버리다가 잘못해서 그의 옷을 적시었는데,아랫사람들이 그녀의 남편을 묶어 오니 그가 그 잡아온 사람들을 꾸짖고 그냥 돌려보내게 했다. 이에 옆에 있던 사람이 그가 지나칠 정도로 관대한 것을 이상하게 여기자 그가 말하기를, "내가 이름이 알려지는 것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이 부인도 또한 실수를 한 것 뿐인데 하물며 그 남편에게 무슨 죄가 있겠는가." 라고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