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개 내 (Gaenea)
혜원(惠園)박영배 시인방(제2.3시집)

또 하나의 만남/詩 박영배

by joolychoi 2009. 12. 8.

 

 

 

      또 하나의 만남/詩 박영배
            목마르는 7월
            한낮의 이글거리는 햇살
            타들어가는 大地의 거친 비명도
            내 가슴속까지 밀려오는 그 소리를 어쩌진 못했다
            그쳤다 또 더듬더듬 들리는
            모래와 흙바람으로 삭막한 사막에서
            땀과 흙에 지친 영혼에게
            그 소리는 오아시스였고 생명수였다.
            달빛 밤이면 피리를 곧잘 불던
            초등생 사내아이의 고향은
            늘 가난하고 쓸쓸했다.
            그래서 마냥 불어대던 그 피리
            오늘 피리소리의 그 주인 역시 마음씨 착한
            가난하고 쓸쓸한 사내아이일 것이다
            난 그 사내아이를 보면 울어버릴지도 몰랐다.
            가슴 졸이며 조심스럽게 다가가면
            그쳤다 다듬더듬 들리는 그 메아리는
            잔잔한 개울물 소리 따라
            草野에 나지막이 흘런내리고 있었다
            면사포를 쓴 신부가
            높은 구두를 신고 아버지 말에 의존한 채
            이별과 만남이 교차한 주단 길을 천천히 걸어오듯
            그 소리는 기쁨과 슬픔으로
            내 심장을 마구 두들겼다
            이 집인가
            저 집인가
            한참을 서성이다 찾아간 그 곳
            수없이 지나다녔던 그 길목 아래 아담한 집
            분명히 이곳에서 내가 찾은 소년은
            피리를 불고 있을 것이다.

        대문에 들어서니 소리가 그치고

        난 또다시 귀를 기울이며 다른 쪽으로

        시선을 옮기려는데

        아 ! 다시 그 집에서 소리가 들리고

        은빛 물체를 든 사람이 보였다

        한 발자국 더 다가서서 그를 확인했다

                    여인이었다
                        가난하고 쓸쓸한 고향이 아닌 아늑한 전원
                        초등생 사내아이가 아닌 젊은 여인
                        부푼 기대만큼은 아니라도
                        뜻밖의 생각으로 집 밖을 나오려는데
         
                        연한 분홍색 계통의 원피스를 입은 여인은
                        가냘픈 미소를 머금고 내 말을 다 듣기도 전에
                        남편이 옆에 있으니 괜찮다며
                        한사코 들어와 차 한잔 하라고 권유했다
         
                       꾸밈없고 소박한 말씨와 수줍은 표정
                       겸손하면서도 예의바를 것 같은 성품
                       그 여인은 플루트를 들고 있었다
                       이제 배우는 중이라고 하지만
                       그기 빚어내는 은은한 소리는 
                       잔뜩 말라버린 대지에 단비를 내리게 하고
                       내 어린시절 푸른 꿈 동산을 촉촉히 적셔주었다
         
                       자상한 남편이 손수 차를 끓이고
                       우린 오래전 만난 사람들처럼
                       스스럼없이 차를 마시면서
                       설렌 가슴을 달래고 돌아오긴 했지만
                       오늘도 난 어린시절 그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자꾸 귀를 기울여 본다.
         
                    
                   --박영배 시집<또하나의 만남>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