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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혜원(惠園)박영배 시인방(제2.3시집)

가을에 부치는 글 /詩 박영배

by joolychoi 2009. 10. 17.

 


 

가을에 부치는 글 /詩 박영배

 

 

참으로 긴 세월을 살아온 것 같다

별로 이렇다하게 내세울 것도 없고

별로 공들여 해놓은 것도 없이

 

못나게도,지지리 못나게도

그 좋은 사람들 다 떠나보내고

못나게도,지지리 못나게도

바보처럼 멍청이 혼저 서 있다

 

부끄러워 밤하늘 별무리도 바라볼 수 없다

별 사의를 거친 숨으로 몰려가는

구름 한 점도 난 바라볼 구 없다.

 

아! 이 바람소리

먼저 떠난 아들이 나에게 보낸 조소(嘲笑)렷다

밤벌레는 울음을 그쳐다오

난 가을 녘 그윽한 밤의 운치를 들을 수도 없다

소리없이 떨어자는 낙엽이여

난 깊은 가을 녘 밤의 향연도 볼 수 없다

어둠 속에 몸부림치며 울다 만 정적이여

난 고독한 시인도 될 수 없단다.

 

차라리 아침 이슬처럼 때구루루 굴러

들꽃의 꽃물이나 되고 싶다

해질녁 까마귀 짓궂게 울던 자리

고라니 헐떡거리며 마지막 숨 몰이쉬듯

내 떠나는 날 천둥이라도 쳐주었으면 좋겠네

 

 

--박영배 시집<또 하나의 만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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