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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정약용과 목민심서로 배우는 지혜

벌 보다는 가르침을 먼저 하라.[지혜24]

by joolychoi 2007. 3. 10.

 

  **  벌 보다는 가르침을 먼저 하라.[24]

 

도백이라는 직책은 일반인들을 우매함에서 깨어나게 하는 것이다.

그들의 논 밭이나 재산을 균등하게 하는 것은 결국 종래에는 그들을 깨닫게 하기

위함이며,그들의 세금과 부역을 공평하게 하는 것도 결국 그들을 깨닫게 하기

위함이고,관청을 설치하고 도백을 배치하는 것도 장차 그들을 깨닫게 하기 위함

이며,형벌을 정해 법을 가르침도 종래에는 그들을 깨닫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여러가지 먼에서 정치가 잘 닦여지지 않으면 그들을 가르칠 겨를이 없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마찬 가지인 것이다.

 

 < 주례(周禮) >에,

" 매달 중에서 좋은 날에 일반 서민들에게 나라의 법을 읽으라고 시키고,그 중에

효심이 깊거나  우애가 두텁거나 친인척끼리 화목하게 지내는 사람들을 기록한다."

또한  그들의 덕행을 기록하며 과실과 악행을 기록한다."고 하였다.

 

생각해 보니 주나라 시대에는 일반 서민들을 가르치는 일에 매 달마다 과제를 주어

독려 하였으며, 그들의 덕행에 등급을 메기는 작업을 공적을 판단해 살피듯이 하고

그들의 과실과 악행을 캐 내어 자세히 밝히는 것을 세금을 독촉 하듯이 하였다.

그렇게 해야 하늘의 정치라 할수 있을 것이다.

 

요즘의 도백은 오래 되면 3년, 짧으면 1 년마다 바뀐다.사실 이것은 지나가는 손님과

같은 것이다.한 세대가 걸려야 어진 세상을 이룩할수 있고,백 년이 걸려야 아름다운

음악 소리가 일어 난다고 한다.

일반 서민들을 깨닫게 하는 일은 지나가는 손님이  할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미 그들을 깨우쳐야 하는 입장이  된 이상 그들이 서로 싸우고 헐뜯고 모함하는

지경에 빠져 혜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야 있겠는가.

또한 그것이 하루에 다할 책임은 아니므로, 서로 도우면서 살아가는 것을 권해

그렇게 실행하게 하고, 온 힘을 기울려 그 지방의 규칙을 익히게 하는 것을 그만

둘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그들을 깨닫도록 가르치지 않고 벌을 주는 것은 결국은 그들을  속이는 일이다.

말 다툼이나 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좋아 하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가 있을지라도

우선 그를 깨닫게 할 것이지 갑자기 벌을  주어서는 안된다.

 

 

 석담 일기 (石潭 日記)에는, " 율곡 이이가 임금께 말하기를 , <요즘에 여러 관리들이

급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하며 청했기 때문에  전하께서는 그것을 시행하고 있읍니다.

그러나 저는 향악을 시행하는 시기가 너무 빨랐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사람들의 헐

벗고 굶주리는 고통을 먼저 해결해야 하고 가르치는 일은 그 다음에 하는 것입니다.

일반 서민들이 살기가 지금보다 더 어려울때가 없으니,먼저 폐단을 막아 그들의 심한

고통을 덜어 준 후에 향악을 시행하는 것이 옳은 순서 입니다. 서로 덕을 나누는 것은

좋은 쌀과 고기와 같아서,그것이 아무리 맛 있고 좋은 음식이라 하더라도 비위가 상해

먹지 못하면 그만인 것입니다.> 하니

유희춘이,"율곡의 말이 옳습니다." 라고했는데 허엽이 이것을 보고

어떻게 향악을 멈추도록 궝 할수가 있읍니까?" 하고 말 하니

이이는 ,"입을 것과 먹을 것이 넉넉한 후에 예의를 차리는 것이니 굶주리고 추위에

떠는 사람들에게 억지로 향악을 시행해 보아야 헛 일인 것입니다."하고 대답 하였다.

다시 허엽이 탄식하며, "도덕이 땅에 떨어지는 것이나 번성하는 것에 나라의 생명이

달려 있으니  그것을 먼저 시행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읍니까?" 라고 말 했다.그 말을

들은  이이는 ," 그대는 세상 사람들이 아무리 어렵고 고달프더라도 향악만 시행 한다면

충분히 태평 성대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 합니까? 옛날 부터 세상이 도탄에 빠지고 난

후에 예의를 지키는 것을 보았읍니까? 아버지와 아들이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하더라도

날마다 학문을 권하면서 서로 헐뜯는다면 사이가 벌어지기 마련인데 일반 서민들이야

오죽 하겠읍니까?하였다. 

허엽아," 요즘 세상에는 착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향악은 충분히 시행할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하니, 이이가 웃으며 말하기를 " 그 대 마음이 착하기 때문에 그대는

남들의 착한 면만 보고,나는 마음이 착하지 못하니 남들의 착하지 못한 면만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행동으로 가르치는 사람에게는 따르고 말로 가르치는 사람에게는

따진다고 했으니  오늘날의 향악에는 따짐이 많지 않겠습니까? 하니 허염은 말문이

막혀 버리고 말았다."라는 말이 씌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