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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미디어 기사

[스크랩] 잡초와 이 가을을 대화하다.

by joolychoi 2006. 11. 14.

 

 안녕하세요 고유석의 사진이야기입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가장 고민하게 되는 것은 바로 소재 입니다.

그리고 과연 무엇을 촬영하여야 좋은 이미지가 나올까 하는 생각에

단순하게는 유명한 장소나 이쁜 모델들을 촬영하게 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사진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시각입니다.

 

물론 명소에 가서 내가 이전에 보았던 유명한 풍경을

사진속에 담아보는 것도 이미지 훈련에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그렇게 촬영을 지속하다보면

 

왠지 남들이 다 촬영하는 것을 나도 찍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됩니다.

 

오늘 보여드릴 사진은

그냥 잡초 입니다.

 

그것도 가을날에 메마르고 죽어가는

그리고 어디에서도 푸르름을 찾을 수 없는 그런 흔한 잡초입니다.

물론 몇장의 사진만으로 소재의 특별함을

여러분들께 인식시켜드릴 수는 없겠지만

가을날의 말라가는 풀을 보여 느꼈던 감정은

전해드리고 싶어서 이번 사진 이야기에 담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이런 풀들은 이름도 알 수 없습니다

장소는 한강 둔치의 산책로 옆이었고

주어진 환경은 콩크리트 바닥에 듬성듬성 자라있던

아니 거의 매말라있던 잡초일 뿐이었습니다.

 

 

첫번째 사진의 풀에서는

강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사진에도 그 이미지가 그대로 들어났는데

아직 완전 마른 것은 아니었지만

점점 수분이 부족하여 비틀어지고 있는 잎을 보면서

강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쩌면 이날 촬영한 수많은 풀들 중에서

제일 강한 이미지를 남겼던 것이 이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진에서 느낌을 전달하는 요소중에 중요한 것이 바로 "선"입니다 

끝이 뾰족하며 날카롭게 비틀어지는 잎의 선은

그 자제가 사진의 주제가 되었습니다.

가을에 메마르며 죽어가는 하찮은 잡초의  시간을 드러내주었습니다.

 

 

 

 

 

 

 

 

이번 사진 촬영에서 느낀 것은 "메마름도 각각의 느낌을 가지고 있구나"하는 것이었습니다.

두번째 사진에서는 곳곳에 보이는 솜털이 뿌옇게 아웃포커싱 되었습니다.

하지만 중간에 보이는 메마른 굵은 가지는 사진의 시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사진에서 전달하고 싶었던 느낌은

메마름의 풍요로움입니다.

물론 사진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색을 풍부하게 사용하였습니다.

약간 아이러니한 표현이 될 수도 있죠

가을이고 . 죽어가고 . 색을 잃어 버려야 하는 시간이니까요

하지만 그런 환경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새로운 시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누가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강아지풀이네요!

어렸을때 한번쯤 강아지 풀을 뽑아서 친구에 귀를 간지럽혔던 기억이 있을 것 같은데요

아직 여름이 아쉬웠던지 녹색의 끊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날 촬영한 사진 중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던 풀입니다.

뿌리를 내릴만한 장소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끈질긴 생명력까지 느낄 수 있었죠.

이 사진에서는 이 풀의 상황을 드러내기 위해

피사체의 주변부를 어둡게 만드는 후보정을 하였습니다.

비네팅 효과 라고도 하는데요. 

내가 원하는 혹은 사람들을 작가의 의도대로

원하는 피사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번에 보여드리는 사진에서 강하게 설정한 것은 아웃포커싱입니다.

전체를 전달하기 보다 원하는 일부만 사람들에게 보여줌으로써

피사체를 부각시키고 주제를 강하게 드러낼 수 있는 방식이죠

주로 인물 사진 촬영에 많이 사용하는 방법인데

이런 정물 촬영에서 있어서도 이런 표현이 많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메말라가는 잡초에서 중요한 것은 시기적 상황을 보여주는 줄기부분입니다.

만약 이런 사진 촬영에서 전체 상황을 다 보여줄 수 있는 팬포커싱 촬영을 하였다면

보는 사람에게 산만함들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감출 것인가 하는 것 또한

사진표현에서 있어서 중요한 선택 사항입니다.

 

 

 

 

 

 

 

 

이 사진은 의도적으로 한강을 배경으로 사용하였습니다.

배경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아웃포커싱 된것이 흠이지만

쓸쓸함과 가을의 우울함을 전달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었죠.

 

 

아웃포커싱은 단순히 이미지를 날리는 개념이 아닙니다.

주피사체의 주제를 부각시켜주는 효과입니다.

어떤 배경을 아웃포커싱 할 것인가에 따라 사진의 의미와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죠.

 

 

자신이 표현하려고 하는 것을

한장의 사진으로 표현 한다는 것 !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단순히 무엇을 담아와야지 하고 촬영한 후 집에서 사진을 확인할때 아쉬움을 느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죠!

 

 

한장의 사진에는

선택되어야 하는 수많은 요소들이 있습니다.

 

 

 

오늘 사진 이야기에서는

가을의 메말라가는 풀을 촬영하면서

피사체가 보여주는 선의 이미지와

아웃포커싱의 의미 , 소재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나눠보았습니다.

 

 

 

여러분도 오늘 한장의 사진을 찍으며

내가 무엇을 선택 하여야할지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 고유석의 사진이야기-

출처 : 칼럼
글쓴이 : 고유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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