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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

텃 밭 /籠巖 최 낙 인

by joolychoi 2018. 2. 4.


 




    
     
    







     텃 밭 /籠巖 최 낙 인



    향수에 젖어 찾아든 고향

    기우는 생가에 마음은 아팠지만

    텃밭에서 어머남을 만날 수 있었다

     

    어머님이 가꾸시던 채전 터에

    고추 모종 십 여 그루 심었더니

    착근조차 못하고 긴 가뭄에 시달렸다

     

    강렬하게 내려쬐는 뙤약볕에

    어린 생명들은 서럽게 울부짖고 있었고

    내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아연한 생각에 덜컥 겁이 나기도하여

    반나절 길 오가며 옥샘 물 퍼 날랐더니

    어느 날 풋고추 몇 개 매달고 날 반겨주었다

     

    감격이었다! 보은의 뜻이었을까

    행여 하며 졸였던 가슴에 희열이 솟구쳤고

    난 그 작은 생명들에 한없는 감사를 느꼈다

     

    허나 되뇌어보니 그 감격은 나의 몫이 아니었다

    그들의 눈길은 날 지나 하늘을 향하고 있었고

    그 끝자락엔 은혜의 대자연이 빙그레 웃고 있었다

     

    따사로운 햇살이 있었음이요

    부드러운 바람이 있었음이요

    어머님의 정성어린 손길이 있^었음이요

    뒤산 뻐꾸기의 애타는 울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낙인 제2시집<"하늘 꽃" 제1부 敬畏의 자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