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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

자 운 영(紫雲英) / 籠巖 최 낙 인

by joolychoi 2018. 1. 21.



 
  
자 운 영(紫雲英) / 籠巖 최 낙 인  
 그대여
어딘가 허허로운 바람이 일고
가슴이 저리도록 울적할 때는
꽃구름이 내려앉은 고향 들녘
부타는 자운영 쫓밭으로 달려가라
그대로 드러 누워  몇 바퀴 뒹굴다 보면
그 옛날 밀살이 녀석들이 몰려들 것이고
보조개 미소 짓던 순이도 반겨줄 것이고
까까머리 시졸의 주마등도 펼쳐질 것이다
흐드러지게 피어오른 구름 꽃 논배미는
조무래기 악동들이 춤판 벌이던 놀이터
벌 나비 떼 찾아들라 자주색 꽃잎 날리다가
너으 날 모판 쟁기질에 뒤집혀 숨을 거뒀다
나눠주고 베픎은 거룩한 생존의 의미
쏟아낸 눈물 속에서도 넘쳐나는 사랑이요
찢겨진 가슴 속에서도 풍겨나는 감동이라
목숨 바친 죽음마저 녹비(綠肥)의 행복이었다.
--최낙인 제2시집<"하늘 꽃" 제1부 敬畏의 자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