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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

떠나가는 뒷모습/籠巖 최낙인

by joolychoi 2013. 11. 3.

 

 

 

 

 

 

 

 

 

  떠나가는 뒷모습/籠巖 최낙인  
 

 

일흔을 넘어도 한참 넘은 이 나이

므릅팍이 시린 것은 세월 탓이라 하더라도

아직도 그 위에 앉힐 강아지 녀석들이 없으니

허전함에 지친 무릅은 더욱 시리기만 한데

오늘은 그 먼 외국으로 떠나가는

둘째놈의 뒷모습을 지켜보아야 하는

이 허전한 가슴은 시리다 못해 멎을 것만 같다.

 

누구나 잘도 엮어 가는 인생이언만

그가 뭐가 그렇게 대단한 것이라고

푸른 하늘 따쓰한 햇살 마다하고

밤낮이 날밤인 양 앞 뒤 가릴 것 없이

야생마처럼 달려가기만 하더니

어언 사십을 넘긴 그 늦은 나이에

그 흔한 색시 하나 꿰어차지도 못한 채

달랑 낡은 가방 하나 들고 공항으로 빠져나간다

 

나이들면 비우고 내려놓아야 한다지만

가슴을 저미는 차가운 하늬바람 남겨두고

떠나는 놈을 애써 버리고 지워내는 것이

비우고 내려놓는 아름다운 인생이란 말인가

뒤돌아 눈물 흠친 이 가난한 맘을 알기나 할까

 

뒷모습이 그렇게 쓸쓸하고 가엽게 느겨졌던 것은

차마 끊어 내지 못한 외짝 가슴앓이 때문이었을까 ?

 

--최낙인 시집<“엉겅퀴”제6부憤心> 중에서--